日기업들은 구인난… 열도서 일자리 찾는 한국청년 급증
《 ‘잡 노마드’라는 말이 있다. 직업(job)과 유목민(nomad)을 합쳐 만든 말로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취업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 젊은이들의 일본 취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 젊은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 취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현황을 살펴봤다. 》
#2. 경기지역 한 사립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박모 씨(24)는 일본 취업을 준비 중이다. 일본 취업 경험이 있는 친언니가 “직장문화나 복지 모두 일본이 좋다”고 일러줬다. 박 씨는 “한국은 요즘 취업 자체도 어렵고, 전공을 살리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이연경 파소나 부장은 “최근 일본은 여성 엔지니어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일본 공대에는 여학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한국인 여성 엔지니어가 환영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에서 취업한 한국인은 2008년 첫 집계 당시 2만611명에서 지난해 4만8212명으로 늘었다. 고급인력에 속하는 기술·인문·지식·국제 분야는 6451명에서 1만7862명(277% 증가)으로 더 빠르게 늘었다.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해외 취업하는 국가다. 정부의 해외취업사업 K-MOVE를 통해 2013∼2016년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2370명으로 미국(1885명), 호주(1370명), 캐나다(910명)보다 훨씬 많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내국인들의 불만 때문에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유례없는 경제 호황과 인력난을 동시에 맞이했다. 기업이 생산을 늘리고 싶은데 고령화와 인구 감소 때문에 채용할 사람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일본에 가장 많이 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인과 중국인인데 성실성, 근무 기간 등 모두 한국인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취업자들은 복지나 교육 시스템 등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중소기업에서 일본 오사카의 한 제조업체로 이직한 박하늘 씨(26)는 “연봉은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200만 원 정도 줄었지만 연중 휴일이 122일이고 사택도 제공돼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회사 인력이 부족해 야간작업이 거의 매일 이어졌고 퇴근시간에도 집에 가겠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소방방재학을 전공하고 일본 이직을 준비하는 김모 씨(27)는 “한국에선 이 분야의 임금이 낮지만 일본은 소방안전 분야의 대우가 좋아 일본으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에 연수 중인 강모 씨(25)는 “사원 연수에 회사가 매년 수십억 엔을 투자한다. 신입사원을 아끼는 문화가 좋다”고 말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최근 일본 기업 중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수당 없는 야근을 시키는 곳도 늘고 있다. 또 교육을 시켜야 하는 신입보다는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기업이 많다. K-MOVE 관계자는 “단순히 일본이 좋아서, 또는 외국에서 살고 싶어서 취업을 시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직무를 명확히 이해하고 일본어와 전문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장용준 인턴기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전채은 인턴기자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