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강인철 요청에 지난 3일 청장실 독대… 직권남용 혐의 등 수사 직접 언급… 일각 “강인철, 과거 발언 들춰 반격” 강인철 “촛불로 안무너진다 말해” 또 폭로… 시민단체, 이철성 청장 검찰에 고발
이날 경찰청과 강 학교장 등에 따르면 이 청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경찰지휘부 회의를 마친 뒤 강 학교장을 청장실에서 독대했다. 강 학교장이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로 면담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감찰 결과 사안이 중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정식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강 학교장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은 이어 강 학교장에게 중앙경찰학교 직원들이 출자해 만든 상조회 회의록까지 직접 보여주며 수사 착수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회의록에는 강 학교장이 상조회를 상대로 교내에 치킨가게를 빨리 입점시키라고 재촉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경찰은 상조회가 올해 기금 1억2000여만 원 중 약 7000만 원을 들여 학내 치킨가게를 여는 과정에서 강 학교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를 두고 있다. 강 학교장이 지난해 광주경찰청장 재직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전남대 의과대학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무상 진료를 받았다는 혐의(뇌물수수)도 수사할 계획이다.
강 학교장이 이 청장에게서 수사 착수 방침을 통보받은 지 나흘 만인 7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당시 광주경찰청장이던 강 학교장에게 전화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며 질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청장이 하루 전 광주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촛불집회 관련 교통통제 공지 내용 중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표현한 대목을 문제 삼아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11월 5일경 강 학교장이 고 백남기 농민 노제를 앞두고 해외로 휴가를 떠나겠다고 해 질책한 적은 있지만 해당 발언을 하거나 게시물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이 진실 공방을 벌이기 시작한 이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강 학교장에 대해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학교장에 대한 수사 착수는 원래 예정됐던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 학교장은 8일 이 청장에 대한 폭로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강 학교장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전화 통화에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벌써부터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학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기록 조회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정의연대는 이날 이 청장이 광주경찰청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하고 촛불집회를 비하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