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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착시… 정부 “경기 회복 약하다”

입력 | 2017-08-09 03:00:00

반도체-선박 빼면 2.8% 증가 그쳐… 소비증가율도 2분기 연속 1%대




수출 증가세가 갈수록 약해지는 등 한국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정부의 자체 진단이 나왔다. 8·2대책 부작용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거나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기획재정부는 8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를 포함한 경제지표들이 한 달 좋아졌다가 다시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7∼12월)에는 수출 증가 폭도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향후 경기를 나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수출 증가세 둔화에서 찾을 수 있다. 7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9.5% 늘어났지만 이는 반도체 호황과 일시적인 선박 수출 증가에 따른 착시 현상이었다. 반도체, 선박을 제외하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12.5%)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경기를 주도해야 할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 1, 2분기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전기요금 등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비용 구조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회복세를 만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줄여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