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신임 회장 1992년 평양서 김일성과 오찬… “연방제 필요”“서로 공존” 대화 나눠 취임하면 진심 다해 北과 연락… 남북문제 무력으로 풀어선 안돼
대한적십자사 신임 회장에 선출된 박경서 동국대 석좌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992년 1월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국장 자격으로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가운데)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통일뉴스
한적은 8일 오후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박 교수를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박 신임 회장은 한적 명예회장인 문재인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 29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인준이나 취임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박 신임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스위스 제네바에서 돌아온 다음 갑자기 오후 늦게 선출 통보를 받았다”면서 “너무 무거운 중책이라 생각하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신임 회장은 제네바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국장을 18년 동안(1982∼1999년) 맡는 등 국제 선교와 봉사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박 신임 회장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경색된 남북 관계와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무력으로 풀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후학들에게도) 그런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에 화답하지 않았다. 상봉이 이뤄지면 박 신임 회장은 남측 상봉단장을 맡게 된다. 그는 “(적십자사에 있어) 한반도 문제는 절대로 저버릴 수 없는 부분”이라며 “취임하면 진심을 다해 북한과 연락할 생각이며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대정신에 맞는 일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남북문제 해법을 묻는 질의에는 “인준을 받고 취임사를 통해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남북문제 외에 평화나 복지, 봉사 같은 것들도 적십자가 공헌해야 할 항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박 신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인권대사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평화와 인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포괄적으로 잘 다루겠다”고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