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채택 이후]
윤완준 특파원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8일 “사드 문제 해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양국 간에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중국은 대신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을 통해 사드 완전 철회만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5월 이후 분위기가 좋지 않게 돌아가자 실무협상단 파견과 관련한 추가 제의를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던진 ‘실무협상단을 통한 외교적 해결’ 카드는 두 달여 만에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다.
중국은 북핵이 이슈화될 때마다 미국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입버릇처럼 강조하지만 사드 문제만 나오면 입장이 표변한다.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사드 보복의 손길은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측이 한국 행사 하루 전인 23일 별개의 수교 25주년 행사를 치르겠다고 밝힌 의도에 의심의 눈길이 적지 않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4기 추가 배치 발표(1일) 사흘 뒤 이런 사실을 한국 측에 알려왔다. 급하게 결정했는지 장소와 규모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주중 한국대사의 참석을 요청했다. 23일 행사의 한국 참석자 급을 보고 24일 한국대사관 행사의 중국 측 참석자를 결정하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정말 대국답지 못한 외교”라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사드 배치 주체인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자리에선 “중미 간 최근 안보대화 경제대화가 잘됐으니 인문대화 사법제도대화까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웃인 한국과는 수교 25주년 행사마저 따로 치르려 하고 있다.
중국은 대국 외교를 강조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답게 사드 문제 역시 대화로 풀려고 노력할 때 “대국답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