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농부 100만 시대 열자]<6> 돼지테마파크 운영 6년 이종영 씨
씨돼지를 키우다 돼지박물관을 만들어 축산업의 6차산업화를 이룬 이종영 씨가 자신의 박물관에서 갓 태어난 미니돼지 새끼를 안고 포즈를 취했다(왼쪽 사진). 돼지공연장에서 미니돼지들이 진행요원의 구호에 맞춰 재주를 펼치고 있다. 이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돼지박물관 제공
○ “나도 축산농부다”
연 매출 9억3000만 원을 올리며 성공신화를 써가는 이 돼지테마파크의 주인공은 이종영 씨(52)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이 씨는 졸업하고 인공수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대형 종돈장(種豚場)에서 돼지 인공수정 일을 했다. 1996년에는 여주시 점동면에 돼지 인공수정센터를 직접 차렸다. 국내외에서 사들인 종돈(씨돼지)으로 축산농가의 돼지 인공수정을 해줬다. 현재도 씨돼지 1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축산업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돼지박물관은 독일 슈투트가르트(2007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독일 돼지박물관이 주로 돼지고기를 이용한 각종 안주와 맥주를 결합한 소비 위주라면 이 씨의 박물관은 사람과 돼지가 교감하는 박물관이다. 단순히 기르는 돼지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돼지를 체험하고, 돼지에 대해 배우며, 돼지의 습성을 이해하는 테마파크 박물관으로 차별화했다.
돼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자료 6800여 점이 300여 m² 규모의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아이들이 돼지를 만지며 교감하도록 하거나 작은 돼지우리(돈사·豚舍)를 만들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도록 했다. 직접 소시지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장과 돼지고기를 이용한 각종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도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돼지를 추모하는 돈혼비(豚魂碑)가 세워져 있다.
이 씨는 “박물관의 모토는 ‘인간과 공존하는 돼지’”라며 “아이들이 돼지와 교감하면서 생명 존중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물관에서는 매달 미니돼지 15마리를 생산해 농장에 분양하거나 대학에 실험용으로 제공한다. 애완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 로열티 받는 수출 상품
중국 저장(浙江)성에 이곳을 모델로 삼은 돼지박물관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업체와 계약을 맺고 올 2월부터 직원 3명을 파견해 박물관 운영 및 돼지 교육 노하우 같은 각종 기술과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중국 돼지박물관은 16만5000m² 규모로 지어졌고 다음 달 15일 개장한다.
이 씨는 “분야별 노하우에 대해 로열티를 받는 것은 물론 박물관 자료를 임대해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로열티와는 별도로 입장객 1명당 150원을 받기로 했는데 이 수입만 약 월 500만 원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선전(深(수,천))의 업체와도 협의 중이다. 장기적으로 중국 5곳에 돼지박물관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씨는 지역 농민과 함께하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 지역농산물을 판매 및 소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레스토랑을 열고 이를 7만5000m² 규모의 복합 테마지구로 키울 계획이다. 말 사육 체험 농장, 애견 힐링센터, 절임배추 가공공장, 맥주와 전통주 제조장, 전통장(臟) 제조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6차 산업을 꾀하는 것이다.
다만 6차 산업화 지구조성 사업 승인을 받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일 품목이 아닌 복합 테마파크는 승인을 받기가 까다롭다. 이 씨는 “이른바 6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