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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 안해… 청탁할 필요 없었다”

입력 | 2017-08-09 03:00:00

[이재용 25일 1심 선고]뇌물죄 성립 놓고 팽팽한 대결




박영수 특검(왼쪽 사진)과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1심 재판 심리가 4월 7일 첫 공판부터 7일 결심까지 4개월간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매주 평균 3차례씩, 총 53차례 열린 재판의 핵심 쟁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타당한지 여부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의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자금 지원이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한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3차례 독대했지만 경영권 승계 등 사업 현안과 관련해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특검이 뇌물의 대가라고 규정한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게 삼성 측 반론이었다.

○ “안종범 수첩 63권에 ‘정유라’ 이름 없어”

박영수 특검(65)은 7일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처음 독대한 2014년 9월 이전부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삼성의 지상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승마 지원을 했고 그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처음 독대한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독대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정 씨의 이름조차 꺼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특검이 이 부회장의 뇌물죄를 입증하는 주요 증거로 제시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수첩 63권 어디에서도 정 씨의 이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 측 송우철 변호사(55)는 7일 최종 변론에서 “정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의 요청 사항이 아니었다”며 “최 씨의 강요, 공갈, 사기 등 다양한 법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결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특검이 삼성의 승마 지원을 ‘단순 수뢰죄’로 보고 최 씨가 얻은 경제적 이익을 박 전 대통령의 이익으로 판단했는데, 두 사람의 ‘경제적 공동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리 적용 오류라고 지적했다.

○ “최순실 재단 사적 유용 상상 못해”

또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 특검팀은 최 씨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한 게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 측은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주도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요청한 재단 지원에 수동적으로 참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충분한 검토를 못 하고 출연을 해서 재단이 (최 씨에 의해) 사적으로 유용될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 씨가 재단에 관여한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재단 출연을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지원을 요청하는 게 아예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삼성 측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대해 빙상경기연맹 회장사이며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결정한 것이라 이 부회장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삼성 임직원 누구도 최 씨가 센터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만약 재판부가 삼성 측 변론을 받아들여 이 부회장의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 부회장은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에게 뇌물 혐의와 함께 적용된 재산국외도피 혐의의 법정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이지만 이 부회장이 재산 도피와 무관하다는 삼성 측 변론을 재판부가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뇌물죄 등이 인정될 경우 이 부회장에게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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