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여자대표 아일린 프리쉐 11세때 마을 경기장 견학, 푹 빠져… 2년 전 독일대표 탈락 뒤 새 도전 그동안의 실전경험 공유하려 노력
지난해 여름 특별 귀화한 ‘얼짱’ 루지 선수 아일린 프리쉐가 7일 체력훈련 장소인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 리조트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그는 루지의 매력이 스피드에 있다고 했다. 평창=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8월 아일린 프리쉐(25·경기도체육회·사진)가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의 심정이다. 당시 난생처음 ‘찜통더위’를 경험한 프리쉐는 앞날이 캄캄했다. 하지만 올해는 한결 여유롭다. 7일 강원 평창에서 만난 프리쉐는 “이젠 적응됐다. 특히 (훈련지인) 평창은 1, 2주만 덥고 나머지는 시원한 편”이라며 웃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여름 특별 귀화한 프리쉐는 한국 루지 국가대표팀과 함께 훈련하며 한국에서 두 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간 달라진 게 있다면 꾸준히 공부한 한국어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주세기 루지대표팀 코치는 “요즘에는 한국말로만 해도 다 알아듣는다. ‘몇 시까지 어디로 집합해라’ 하면 따로 말 안 해줘도 와 있다”고 말했다. 귀화 권유를 받기 전부터 케이팝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따로 공부했을 정도로 프리쉐에게 한국은 낯설지 않은 나라였다.
지난달 짧은 휴가 기간에 만난 부모님은 홀로 한국 생활을 하는 딸 프리쉐에게 쿨한 반응을 보였다. 걱정이 될 법도 한데, 별다른 당부 없이 “도착하면 전화해”라는 말이 전부였다. 프리쉐는 “부모님은 내가 집에 없는 것에 워낙 익숙해서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겨울이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를 돌아다녀 집에 있는 날이 드물었다.
남들은 무섭다고 도망가는 루지에 흥미를 느낄 만큼 프리쉐는 모험을 즐겼다고 한다. 프리쉐는 “큰 나무에도 오르고 산도 뛰어다니던 활달한 아이였다. 그래서 루지라는 스포츠가 정말 잘 맞았다”고 말했다.
프리쉐는 15세 때부터 월드투어를 다녔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보통 19세 이후에 국제무대에 선다. 독일에서는 실전 경험 위주로 훈련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내가 한국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지가 아닌 것에도 완벽주의 성격이냐는 질문에 프리쉐는 “불행하게도 그렇다”며 웃었다. ‘열공’ 중인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아마 한글도 평생 배워야 할 것 같다.”
평창=임보미 bom@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