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뉴욕 특파원
이번 투표로 본거지인 중서부 지역에서 남부지역 외국계 자동차 공장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던 UAW의 꿈은 다시 날개가 꺾였다. 북미 자동차 시장까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UAW는 외우내환의 위기에 직면했다.
○ 3년 만에 재연된 ‘남부 악몽’
UAW는 2014년 테네시주 채터누가 폴크스바겐 공장에서도 외면을 받았다. 당시에는 근소한 차로 무릎을 꿇었지만, 이번엔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압도적인 표 차로 패해 충격이 더 컸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근로자 등 노조원 41만6000명을 대표하는 UAW는 현대·기아차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외국계 자동차 회사 공장이 밀집한 남부지역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0년간 남부의 닛산 공장에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크리스틴 지젝 자동차연구센터의 노동 및 산업그룹 국장은 “이번 일은 엄청난 후퇴이며 남부의 외국계 회사 근로자들을 조직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미시시피주 지역 언론인 ‘클래리언 레저’를 통해 밝혔다.
○ 1960년대 민권운동 전략, ‘노예 논란’ 역풍 불러
UAW는 캔턴 공장의 80%를 차지하는 흑인 근로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의 정치인들을 동원하고 기혼 여성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운동과 연계해 캠페인을 펼쳤다. 1960년대 민권 운동과 연계해 재미를 봤던 전략을 다시 들이댄 것이다. 하지만 남부 근로자들에겐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근로자들을 노예로 취급했다”며 역풍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W의 패배를 분석한 사설에서 “캔턴공장 근로자들은 노조의 요구와 숨 막힐 것 같은 작업 규칙이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회사를 어떻게 질식시켰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닛산이 공장을 세우기 전에 지역 주민들은 시간당 7달러짜리 맥도널드에서 일했지만 닛산 공장에서는 주 평균(시간당 16.70달러)보다 훨씬 높은 시간당 평균 26달러의 높은 급여를 받고 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남부 근로자를 조직화하지 못하고 35년간 75%의 조합원이 줄어든 UAW의 문제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노조가 해주는 게 없고 일자리만 위험에 빠뜨린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2019년 단체협상 동력 약화될 듯
닛산 공장에서 굴욕을 당한 UAW는 반격에 나섰다. 남부지역에서 알려진 것보다 UAW의 위상이 높다며 관련 수치를 조목조목 홈페이지에 올리고, “닛산 측이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 노동자를 협박했다”며 관계 당국에 고발했다. 투표를 다시 치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북미 자동차 시장이 오랜 호황을 끝내고 침체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연달아 악재가 터져 UAW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2019년 진행될 빅3 자동차 회사와의 협상에서 UAW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정점을 찍던 1979년 150만 명이던 UAW 조합원은 2010년 이후엔 41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