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만큼’은 띄어야 할까, 붙여야 할까? 붙이는 ‘만큼’도 있고, 띄우는 ‘만큼’도 있다. 이 단어의 품사는 둘이기 때문이다. 품사는 단어들을 특성에 따라 구분해 놓은 것이다. 국어에는 50만 개 이상의 단어가 있지만 국어의 품사는 9개뿐이다. 그렇게 많은 단어를 고작 몇 개로 구분할 수 있으니 이득이 아닌가?
맞춤법을 위해 품사 자체를 외울 필요는 없다. 가끔 품사를 알아야 이해가 쉬운 문법들이 있다. 그럴 때 필요한 말들로 이해하면 된다. ‘만큼’의 띄어쓰기를 이해하는 데는 품사라는 말이 유용하다. 다시 돌아가 ‘만큼’의 품사는 두 개다. ‘의존명사’와 ‘조사’다. 국어의 띄어쓰기 원칙은 단어는 띄어 쓰고, 조사는 앞말에 붙여 적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의존명사 ‘만큼’은 띄어야 할 것이고 조사 ‘만큼’은 붙여 적어야 한다.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맞춤법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다.
―영어를 국어만큼 잘하고 싶다.
단어는 원래 혼자 있지 않다. 문장 속 다른 말과의 관계에서 자격이 결정되기도 한다. ‘만큼’이 대표적인 예다. ‘만큼’의 띄어쓰기는 앞말에 어떤 것이 오는가에 달린 것이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다.
이 단어를 띄어 쓰는 이유는 뭘까. 앞말인 ‘노력한’의 기본형을 잡아 보자. 이 ‘노력하다’는 동사다. 국어에서 기본형이 있는 것은 ‘동사, 형용사’다. 그리고 조사가 아닌 품사는 모두 띄어 적는다. 품사는 단어를 나눈 것이라 했다. ‘노력하다’는 동사이니 ‘만큼’과 띄어 적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서 ‘노력하-’에 붙은 ‘-ㄴ’을 보자. 우리는 이 ‘-ㄴ’을 언제 쓸까?
―노력한 사람, 노력하는 사람, 노력할 사람
‘노력하-’에 붙은 ‘-ㄴ, -는, -ㄹ’은 모두 뒤의 ‘사람’을 꾸미는 역할을 한다. 꾸미는 것과 ‘사람’ 사이를 띄우는 것은 우리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같은 위치에 ‘만큼’을 놓아 보자.
이처럼 ‘만큼’은 앞말의 품사가 ‘명사’인지 기본형을 잡을 수 있는 ‘동사, 형용사’인지를 확인하면 띄어쓰기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면 띄우는 ‘만큼’의 품사에는 왜 의존이 붙을까. 이 ‘만큼’은 꾸미는 말이 있어야 문장에 올 수 있다. 위 문장에서 ‘노력한, 노력할, 노력하는’이 없으면 ‘만큼’은 문장에 나타날 수 없다. 명사이긴 한데 꾸미는 요소에 기대어야만 하니 ‘의존명사’인 것이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