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경쟁 입찰을 통해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기업·지역 랜드마크 등의 이름을 지하철 역명으로 쓰는 ‘역명 병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역명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반영한다. 따라서 공공성을 띤다. 하지만 지금의 병기제는 지역과 무관한 단체도 돈만 많이 내면 이름을 쓸 수 있다. 당장 8월부터 병기가 결정된 지하철 5호선 마곡역(홈앤쇼핑)이 그 예다. 올해 3월 마곡역 근처에 완공된 기업의 사옥이 그 지역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계약 기간이 제한돼 있어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행정기관이 역명 병기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이미 역명도 금전 거래의 대상임을 승인한 것이다. 결국 공공성을 띠는 역명은 점차 설 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서울시는 최고가 낙찰제 대신 진입 장벽이 안 될 만큼의 사용료를 받고 공공성을 기준으로 역명 병기제를 시행해야 한다.
최시영 서울 강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