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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소탕’ 급한 두테르테 “나는 美의 친구”

입력 | 2017-08-09 03:00:00

군사력 지원 기대 다시 손 내밀어… 틸러슨 만나 테러 대응 방안 논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사진) 취임 뒤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 온 필리핀과 미국 사이에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탈(脫)미국 정책과 마약사범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미국의 비판을 받아온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을 “나는 동남아에서 미국의 변변찮은 친구(humble friend)”라고 표현하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7일 미 NBC 방송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관련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마닐라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인 마우테 반군과의 교전이 장기화(올해 5월 23일부터 계엄령 선포 중)되고 있는 등 어려움에 처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정부군은 마우테를 신속하게 퇴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밀림이 많은 지리적 여건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과 마우테 대응뿐 아니라 IS에 가담했던 자국민과 동남아 출신들이 필리핀으로 돌아온 뒤 벌어질 수 있는 테러 방지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논란이 된 마약사범에 대한 광범위한 사살 허용 같은 필리핀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장관이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인권 문제를 제대로 거론하지 않은 이유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과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가 꼽힌다.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주요 안보 이슈에서 미국이 필리핀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일부러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