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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준한 “밴드 접고 시작한 연기, 할리우드는 가야죠”

입력 | 2017-08-10 06:57:00

밴드 생활을 하다 30대에 뒤늦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김준한은 ‘박열’을 통해 배우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할리우드에도 가보고 싶다”는 그는 이제 더 큰 길을 내다보고 있다. 배우 김준환 인터뷰. 스포츠동아DB


■ 영화 ‘박열’로 얼굴 알린 늦깎이 배우 김준한

밴드 ‘이지’ 드러머로 6년 동안 활동
연극배우 선배 영향으로 ‘배우의 길’
박열 이어준 김인우 선배, 내겐 은인
마흔살 되기전 미드·영화 출연이 꿈


배우 김준한(34)은 30대 초입에 새로운 길을 택했다. 쉽지 않을 것임을 모르지 않았지만, “내가 옛날에 했으면 잘 했을 것 같다”는 “멋없는 말”을 하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냥 하면 되지, 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해보자!”

곁에는 마침 연극배우 조운 선배가 있었다. 그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고, 멋있게 눈에 들어왔다. 그에게서 차근차근 연기의 기초부터 배웠다. 그리고 길을 나섰다. 그로부터 4년. 이제 조금씩 노력의 결실을 맛보고 있다.

사실 시작은 음악이었다. 고교 시절 스쿨밴드에서 드럼을 친 경험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2003년이었다. 밴드 이지(IZI)의 멤버로 나서 한 장의 앨범과 또 한 장의 싱글을 냈다. 일본에서도 재능을 펼쳤다. 6년의 활동을 끝내고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몇 편의 단편영화를 무대 삼았다. 1∼2 년 전부터는 배우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영화 오디션 정보를 알아내며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지난해 영화 ‘군함도’의 단역을 통해 인연을 맺은 김인우의 추천으로 ‘박열’의 오디션에 응했다. 일본 활동을 계기로 드라마 등 TV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박열’의 여주인공 최희서가 그의 모습을 보고 연출자 이준익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너무 고맙다. 그 자신 역시 쉽지 않게 연기를 시작해 여기까지 왔는데, 날 보며 아마도 자신을 떠올린 것도 같다. 난 그를 ‘사장님’이라 부른다. 지금도 내 칭찬을 여기저기 해주고 다닌단다.”

배우 김준한. 스포츠동아DB



그렇게 카메라 앞에 나선 김준한은 ‘박열’ 속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박열의 죄를 묻는 예심판사 역을 연기했다. 박열과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뚜렷한 신념과 확신 앞에서 제국주의 일본을 생각하며 혼란에 빠져드는 예심판사로서 김준한은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 ‘가네코 후미코 평전’ 등 연기에 필요한 자료를 찾아 읽으며 캐릭터의 선을 잡아갔다. 그리고 실제 일본인 같은 모습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연기자로서 그의 인생은 ‘박열’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도 있을 만큼.

“업계에서 이제 날 배우로 봐주시는 것 같다.”

배우로 나서기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오래 일하신 부모님의 외아들에 대한 믿음에서 큰 힘을 얻기도 했다. 백화점에서 샘플제품을 나눠 주는 일 등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 그는 기왕 배우로 나선 길에서 하고 싶은, 해야 할 일 많은 ‘욕심’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노력하지 않으면, 잠시라도 쉬면 불안하다”는 그는 최근엔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새로운 목표의 이유는 단 하나.

“할리우드에도 가보고 싶다.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미국 드라마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서다. 한국인으로 뭔가 글로벌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건 의미 있는 일 아닌가.”

여기에 무술까지 익힌다면 금상첨화일 듯, 아니나 다를까 그것 역시 그의 또 다른 목표다.

인생을 살며 자신이 이룰 수 있는, 이뤄야 하는 꿈 안에서 김준한은 행복해 보였다. 7년째 뇌출혈로 투병 중인 아버지와 ‘박열’을 “30명의 지인들과 함께 관람하신” 어머니가 짧지 않은 시간 간직해온 아들에 대한 믿음만큼 김준한은 이제 더욱 큰 길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현재 촬영 중인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 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은 그 새로운 출발점이 될 터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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