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장영석은 2009년 입단 당시 차세대 거포 기대주로 평가받았지만, 2016년까진 한때 투수로 전향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 시즌에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 타선에 보탬이 되고 있다. 그가 꼽은 활약의 비결은 마음가짐의 변화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장영석(27)은 요즘 넥센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연일 장타쇼를 선보이며 쉬어 갈 곳 없는 타선을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본격적으로 1군에 진입한 7월부터 8일까지 23경기에 나서 타율 0.317(63타수 20안타), 5홈런, 14타점을 기록 중인데, 20개의 안타 가운데 장타(2루타 6개 포함)가 11개나 된다. 그만큼 팀의 득점 생산력을 높였다는 뜻이다. 16차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사구도 13개나 얻어내며 출루율을 높인 점도 눈에 띈다. 아직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아 표본이 작지만, 1.078의 OPS(출루율+장타율)는 장영석의 활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7월 이후 OPS와 경기당 득점생산능력(RC/27·11.19)은 팀 내 1위다.
넥센 장영석. 스포츠동아DB
● 야수→투수→다시 야수
장영석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대기만성형 선수다. 부천고를 졸업하고 2009년 신인지명회의 2차 1라운드(전체 3번)에서 히어로즈에 지명된 기대주. 그러나 경찰야구단(경찰청) 입대 직전 시즌인 2012년까지 122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199(261타수52안타), 7홈런, 30타점이 전부였다. 삼진(84개)이 볼넷(21개)의 4배에 달했다. 2011시즌 중반에는 투수 전향을 선언하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2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13.50(2이닝 3자책점)의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팔꿈치 통증도 그를 괴롭혔다. 결국 미련 없이 타자 재전향을 택했다.
투수 시절 장영석.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일희일비는 없다!
5월 24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지만, 2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이틀 뒤(26일)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7월 8일 두번째 1군 등록은 장영석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등록 직후 9경기에선 14타수 2안타(타율 0.143)로 부진했지만,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한 7월 23일 고척 kt전부터 타율 0.367(49타수 18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장영석은 비결 중 하나로 마음가짐의 변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풍부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조급함에 발목이 잡혔던 것이다. 장영석은 “항상 똑같이, 내 기분에 상관없이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의욕이 앞서다 보니 정작 내 야구를 못 했고, 내 실력도 못 보여줬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넥센 장영석. 스포츠동아DB
● 공수겸장 내야수의 등장, 넥센은 웃는다
장영석은 기본적으로 수비력이 뛰어난 코너 내야수로 활용도가 높다. 글러브 핸들링과 송구 능력이 뛰어나 1루와 3루 수비 모두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다. kt로 트레이드된 윤석민의 공백을 크게 느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영석은 “내가 어떤 유형의 타자인가를 생각하기보다 경기에 내보내주시면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는 여전히 경험을 쌓고 있다. 기분에 좌우하지 않고 과감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확실히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