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부터 美 선교사 뿌리 내려… 의료-교육활동으로 근대 문물 전파 254억원 들여 근대역사문화마을 조성, 재활용 소재의 정크아트 단지도 인기
광주의 몽마르트르라는 애칭이 붙은 양림동에는 펭귄마을(위 사진) 등 현대 문화자산과 우일선 선교사 사택(아래 사진) 등 1900년대 초반 근대 문화유산이 다양하다. 광주 남구 제공
○ 근대 문화자산 ‘산더미’
근대 문물을 상대적으로 일찍 접한 양림동에서는 예술가가 많이 나왔다. 중국에서 국민 음악가로 불리는 정율성(1914∼1976), ‘검은 머리의 차이콥스키’로 평가받는 정추(1923∼2013)가 여기서 자랐다. 시인 김현승(1913∼1975)이 유년기를 보내고 소설가 황석영이 이곳에서 대하소설 ‘장길산’을 썼다.
1919년 3월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농업학교 학생 등 1000여 명이 태극기를 앞세우고 양림동에서 만세 행진을 벌였다. 항일 유적도 곳곳에 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는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피터슨 목사가 계엄군이 헬기에서 기총소사(機銃掃射)를 하는 것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림동은 2009년부터 광주시가 254억 원을 들여 근대역사문화마을로 변모하고 있다. 순교자기념공원, 문학소공원, 근대사립학교 의료원 기념관, 이강하 미술관 등이 지어졌다. 내년 초까지 역사문학길, 광주정신문화관 등도 세워진다. 시 관계자는 “문화 인프라가 조성된 양림동에 앞으로는 ‘속살’을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 ‘킬러 콘텐츠’로 뜬 펭귄마을
마을 이름을 펭귄이라고 붙인 데는 약간 무례하지만 유쾌한 이유가 있다. 뒤뚱뒤뚱 걷는 어르신들이 많아 이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기초단체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했다는 점은 자랑거리다. 다만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쓰레기통, 그늘막 같은 편의시설은 부족하다.
펭귄마을 주민 5명은 최근 조합을 결성했다. 김민희 ‘양림 펭귄마을조합’ 대표(49·여)는 “펭귄마을에 지난해 20만 명이 찾았고 올해는 방문자 35만 명을 예상한다”며 “이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온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젠트리피케이션(임차료가 올라 기존 업주나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우려한다. 이모 씨(45)는 “양림동에 관광객이 늘면서 최근 1년간 월세가 서너 배 이상 오른 가게도 있다”며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