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불법사금융 피해 4만8663건
올 6월 A 씨에게 자신을 캐피털회사 직원이라 소개한 한 남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시 A 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은행과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침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전화가 오자 A 씨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대출을 위해 ‘신용보증료’ 200만 원을 입금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A 씨가 머뭇거리자 전화를 건 남자는 “직접 금감원에 확인해 보시라”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금감원 콜센터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내줬다. A 씨는 콜센터 직원과 통화한 뒤 안심하고 200만 원을 송금했다. 그 앱은 가짜였고 자신과 통화를 한 콜센터 직원 역시 사기범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신고센터에 가장 많이 접수된 피해는 대출사기(24.7%)였다. 언론 등을 통해 웬만한 대출사기 유형이 공개되다 보니 사기 방법은 더욱 교묘하고 복잡해졌다. 그중 하나가 비트코인을 이용한 대출사기다.
B 씨는 올해 초 한 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B 씨에게 “대출은 가능한데 보증서를 발급하기 위해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괜히 번거롭게 은행에 가서 계좌이체할 필요 없이 근처 편의점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영수증만 보내주면 된다”고 안내했다.
B 씨는 사기범이 시킨 대로 200만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산 뒤 영수증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 전송했다. 조금 미심쩍었지만 영수증을 자신이 갖고 있기 때문에 별 탈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기범은 영수증에 적혀 있는 핀번호를 이용해 웹사이트에서 현금화한 뒤 그대로 잠적해버렸다. 금감원 측은 “비트코인은 현금화가 쉬운 반면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워 새로운 금융사기 수단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의 공문을 가짜로 만들어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대출을 유도하거나,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채무자의 체크카드를 요구하는 등의 사례도 금감원에 접수됐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