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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건강보험 ‘비급여 완전해소’, 국민부담 설득할 수 있나

입력 | 2017-08-10 00:00:00


앞으로 5년 내에 자기공명영상(MRI), 로봇수술, 2인실 사용 등 지금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3800여 개의 비급여 항목에 보험이 적용된다. 어제 보건복지부는 의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비급여 진료를 줄이고, 하위 30% 소득계층의 본인부담 상한 금액을 100만 원으로 제한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미용, 성형과 같이 명백하게 대상에서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비 중 건보가 부담하는 보장률이 6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에서 건보의 보장률 확대는 환영할 일이다. 가벼운 질환에 대한 보장은 잘되지만 중증 질환에 걸렸을 때 저소득 가구가 생활고에 빠지는 상황에서 국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중은 전체 의료비의 36.8%로 OECD 평균의 2배에 가깝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 예상대로 비급여 의료비 부담이 64% 감소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이 7%포인트 가까이 오른다면 현 정부 최고의 복지정책이 될 것이다.

최상의 의료복지를 이루는 데 드는 돈은 정부 추산으로만 향후 5년간 30조6000억 원이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건보 누적 적립금 20조 원의 절반을 투입하고 국고 지원을 늘리는 한편 현재 1.1% 수준인 건보료 인상률을 내년부터 3% 이상으로 올린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연간 1인당 86만 원 선인 건보료가 빠른 속도로 100만 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 정부는 추가 부담 규모를 국민에게 명확히 알리고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23년이면 적립금을 모두 소진할 것이라고 3월 기획재정부는 분석했다. 현 정부 임기 동안은 버틴다고 해도 차기 정권에서 건보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성공하길 바라지만 정교한 설계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재정 부담만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