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지난달 기밀보고서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탄도미사일 발사 핵무기를 개발했으며 ICBM에 탑재하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8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도 직후 “전 세계가 이전까지 본 적이 없는 종류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북한은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 주변 포위사격을 위한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트럼프가 직접 전쟁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은 처음이며 북한이 미국 내 공격지점을 거명한 것도 처음이다. 괌은 미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하는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비롯한 전략무기 발진기지다. 북한에는 눈엣가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말폭탄을 주고받는다고 당장 한반도가 전쟁의 참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나려면 한국 내 미국인 철수를 비롯해 몇 가지 징후들이 있으나 그 정도 상황은 아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어제 “한반도 위기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예측 불가능한 두 지도자가 위협 수위를 점점 높여가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를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북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WP 보도가 맞다면 북한이 핵보유국 반열에 진입한 것을 미국이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은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확보하면 언제라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게 된다. 한국과 일본이 공격받는 상황이 돼도 미국이 자국 피해가 두려워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섣불리 할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이 김정은의 목표다. 동북아 안보질서의 판을 깨는 ‘게임 체인저’가 되려는 것이다.
미국 내 강경파들이 입에 올리는 ‘한반도 전쟁’은 한국의 막대한 민간인 희생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김정은의 공갈에 끌려다닐 수도 없다. DIA는 북한이 이르면 내년 소형화된 핵탄두를 ICBM에 장착해 미 본토를 실전 타격할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판단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는 김정은이 정권의 안위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강력한 압박으로 ‘핵 망상’을 거둬들이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김정은 정권의 ‘레짐 체인지’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우리도 긴밀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전술핵의 재배치와 핵잠수함 건조 등 스스로를 지킬 전략무기를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