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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방어적 직원에겐 선행 강요 말아야

입력 | 2017-08-10 03:00:00


회사에서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착한’ 직원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나라 기업들은 유교 문화의 영향 탓에 직원들에게 ‘상부상조’ 문화를 권장하는 경향이 있다. 동료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면 당사자뿐 아니라 회사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심리학계에서는 동료를 돕는 선행이 당사자와 조직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선행을 많이 한 직원은 당장에는 기분이 좋아져 직무 만족도와 감정적 몰입도가 커지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선행은 직원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위험도 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특히 개별 직원의 성향에 따라 동료를 돕는 선행의 효과가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료를 돕는 선행은 촉진적 사고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반면, 방어적 사고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심리학의 조절초점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촉진’과 ‘방어’의 두 가지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촉진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추구해야 할 행동 및 수단을 먼저 생각한다. 반면 방어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피해야 할 행동과 수단을 먼저 떠올린다. 연구팀은 설문조사 결과 방어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선행이 많아질수록 업무 진행에 방해를 받고 더 많은 감정을 소모함에 따라 직무 만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무조건 동료들한테 선행을 베풀라고 권장해서는 안 된다. 직원 성향에 따라서 선행이 의도치 않게 당사자뿐 아니라 회사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무의 신속성이 중요한 회사에서는 선행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더욱 주의해야겠다. 관리자는 특히 방어적 성향이 강한 직원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