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봐 달라.”
올 1월 25일 오후 9시 15분경 경기 의정부시의 한 도로에서 A 씨(55)는 경찰관에게 연신 하소연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대리운전으로 집 근처에 온 A 씨는 주차를 위해 30m가량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게 적발됐다. 경찰이 내민 음주감지기에서는 어김없이 ‘삑’ 소리가 났다. 경찰은 A 씨에게 음주측정기를 보여주며 운전면허증을 요구했다.
다급해진 A 씨는 “경찰서 교통위원회 소속인데 한 번만 봐 달라”며 경찰관 바지 주머니에 2만 원을 찔러 넣었다. 경찰관은 단호했다. 곧바로 돈을 돌려주고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그러자 A 씨는 다시 지갑에서 5만 원짜리 2장을 꺼내 경찰관에게 건넸다. 경찰은 A 씨에게 뇌물을 줄 뜻이 있었다고 보고 음주운전뿐 아니라 뇌물공여 의사표시 혐의도 적용했다. A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205%로 측정됐다.
A 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는 A 씨에게 벌금 1500만 원과 추징금 12만 원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가 이미 상당 기간 구금 상태였던 걸 감안해 감형하면서도 거액의 벌금을 물린 것이다. A 씨가 경찰관에게 건넨 12만 원의 125배다. 재판부는 “경찰관에게 뇌물까지 건네려 한 죄질이 불량하지만 징역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 판결까지 2년을 복역해야 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판시했다.
의정부=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