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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보다 성과로 평가한다는 일본… 성과연봉제 없애는 한국

입력 | 2017-08-10 03:00:00

[글로벌 노동이슈]일본, ‘탈시간급제’ 도입 추진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전면 폐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고소득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탈(脫)시간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규제 예외(white collar exemption)’ 정책을 본뜬 탈시간급제는 근로시간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다. 일이 많으면 초과수당을 받지 않고 일을 더 하는 대신 일이 없으면 하루 1, 2시간 근무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기관 외환딜러,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등 연간 소득 1075만 엔(약 1억1087만 원) 이상 근로자(일본 전체 근로자의 약 3%)만 적용 대상이다. 일단 고소득 근로자부터 근로시간을 규제하지 않고 철저하게 성과만을 기준으로 연봉을 산정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은 ‘평생직장 개념’이 여전히 남아 있고, 한국처럼 연공서열과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급여체계를 운용하는 기업이 많다. 주요 선진국보다 일도 더 많이 한다. 주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율은 일본이 21.3%로 독일(10.1%)이나 영국(12.5%) 등보다 높다.

일본 정부는 탈시간급제를 도입하면 근로시간과 연공서열에 얽매여 하락한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획일화된 근로문화를 바꿔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쓰면 일·가정 양립 문화도 촉진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계의 반대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이미 탈시간급제를 포함한 노동기준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과로사를 촉진시키는 법안”이라고 맹비난하며 반대해 개정에 실패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노동계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연간 104일 이상의 휴일 보장안과 근로시간 단축안을 개정안에 함께 포함하기로 했다. 탈시간급제와 휴일 보장안 등을 패키지로 처리하자는 제안이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산하 노조의 반대로 일단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 26개인 근로시간 특례 업종을 10개로 줄이고, 주당 최대 68시간이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에 도입한 성과연봉제까지 즉각 폐기할 방침이어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가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노동계에 당근을 줄 때 주더라도 양보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