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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석방된 임현수 목사, 北종신노역형 선고 받은 이유는?

입력 | 2017-08-10 12:27:00


북한 최고존엄(김정은)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무기노동교화형(종신노역형)을 선고받고 억류돼 있던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62)가 9일 석방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무기노동교화형을 언도받고 교화 중에 있던 캐나다 공민 림현수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병보석되었다”고 밝혔다.

1986년 캐나다로 이민을 간 임 목사는 1997년부터 방북해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왔다. 그는 2015년 1월 방북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 후 북한은 그해 12월16일 “(임 목사가)미국과 남조선의 반 공화국 적대행위를 추종해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모독했다”고 주장하며 ‘특대형 국가전복음모행위’를 적용해 종신노역형을 선고했다.

북한 최고재판소 재판장은 임 목사가 과거 (북한이 아닌)해외에서 발언한 내용을 핵심 증거로 채택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 증거는 임 목사가 2013년 10월 세계선교동역네트워크(KIMNET)의 미주 기도성회에서 한 강연으로, 행사 주최측이 강의 내용을 유튜브에 올린 것이었다.

북한이 해외 인터넷 사이트까지 샅샅이 뒤져 방북 인사의 과거 행적을 조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당시 북한의 대외용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임현수 목사 선고 소식을 전하며 문제가 된 임목사의 강연 영상을 공개했는데, 강연에서 임 목사는 “정권을 잡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 그건 아주 악입니다. 악 자체예요.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평양의 쇼 하는 모습은 10%도 안 되는 모습을 겉으로만 보시는 거고, 아주 공포정치가 돼 가지고 점점 더 심해집니다. 빨리 망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북한이 3년 안에 무력통일 하겠다고 김정은이가 떠든 얘기는 3년 안에 내가 망할 거라는 얘기를 거꾸로 한 것으로 들으시면 됩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방북 인사의 해외 발언까지 문제 삼아 억류하고 재판 한 사례는 처음 있는 일로, 이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원재천 한동대 법률대학원 교수는 “해외에서 한 발언은 북한에 관할권이 없으며 발언만 갖고 국가전복죄를 적용할 순 없다. 북한은 체포와 재판, 변호인 및 영사 접근권 보장 등 모든 재판 과정에서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후 미국 예일대 법학대학원생이었던 임현수씨가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임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이는 등 국제적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지난 6월 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후 임 목사의 석방 요구 목소리가 커졌다. 임 목사는 억류 기간 동안 고혈압과 복부 통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캐나다 총리실은 8일(현지시간) 임 목사 석방 논의를 위해 특사단을 파견했고, 특사단의 평양 도착 하루 만에 북한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임목사를 병보석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나온 북한의 행보여서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