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봐도 모를 걸?” 해리포터의 실사판으로 불리는 마술사 최현우가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ASK?’를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렸다. 자신의 장기인 카드마술을 선보이기 전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최현우. 사진제공 ㅣ 라온플레이
■ 마술사 최현우의 ‘ASK 전국투어’
27일까지 20주년 업그레이드 버전 공연
“공연도중에 옆사람과 ‘회의’는 곤란해요
매일 2∼3시간 연습…저도 어렵게 살아요”
“손 좀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최현우는 요즘 공연 중이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선보였던 ‘ASK?(이하 애스크)’를 업그레이드해 다시 무대에 올렸다. 8월27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 지난해가 데뷔 20주년이었고, 굉장히 떠들썩했다. 그래서 올해는 안식년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리가. 애스크 전국투어도 할 거다.”
- 애스크는 데뷔 20주년 기념공연이었다. 한번 하고 마는 공연이 아니었던가.
- 최현우의 마술쇼는 언제나 분명하고 확고한 콘셉트가 있었다.
“애스크는 내 자서전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질문한다. 왜 마술을 하는가. 사람들은 왜 속임수라고 손가락질 하면서도 마술쇼를 보는가. 같이 고민해보자는 얘기다.”
- 뮤지컬, 연극, 음악회와 달리 마술쇼는 관객들이 주인공을 ‘노려보는’ 경향이 강하다. ‘속지 말아야지’하고 경계를 한다고나 할까.
“맞다. 그래서 힘들다. 마술사의 트릭을 의심하지 말아달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연 도중에 옆 사람과 ‘회의’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되니까. 특히 남자들은 여친이 마술을 신기해하는 ‘꼴’을 못 보는 것 같다(웃음). 즐겁게 보시고 회의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하시면 좋겠다.”
“흐흐. 어느덧 친구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공연장에 온다. 아빠가 ‘아저씨한테 인사드려야지’하면 아이들이 당황하더라. 그럴 땐 ‘괜찮아. 오빠라고 해’한다.”
- 궁금한 것이 있다. 마술사들은 다른 마술사의 마술을 척 보면 다 아나.
“어느 정도 클래스가 되는 사람이 하는 마술이라면 90% 이상 안다. 하지만 정말 모를 때도 있다. 마술올림픽에는 발명부문이 있다. 여기 나오는 마술은 심사위원들도 모른다. 우리가 봐도 ‘와 신기하다’ 소리가 나온다.”
- 마술사끼리 ‘그거 어떻게 한 거냐’ 서로 묻기도 하나. 자존심이 있어서 안 물어볼 것 같다.
“너무 궁금하면 물어본다. 물론 친한 사이일 때만. 물어보면 ‘네가 생각한 걸 말해봐’ 하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을 말하면 ‘몇 퍼센트 정도 맞았다’하는 식이다.”
- 마술사도 평소 연습을 하나.
“매일 한다. 기본적으로 2∼3시간씩. 연습노트 같은 게 있다.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본다.”
- 영화 타짜에는 ‘손은 눈보다 빠르다’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마술사에게도 적용되는 말 같은데.
“밑장빼기 같은 기술은 우리도 다 한다. 영화처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소리가 다르니까. 하지만 손이 눈보다 빠르지는 않다. 손이 빠른 게 아니고 손이 빠르게 느껴지도록 테크닉을 쓰는 거지. (시선)유도를 하기도 하고. 우리 정말 어렵게 삽니다(웃음).”
최근 최현우는 새로운 계획 하나를 세웠다.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의 200석 남짓한 소극장에서 본 마술쇼가 계기였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최현우의 이름을 걸고 마술쇼를 하는 것이다. 최현우는 “멀리 보고 여러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은 공연 중인 애스크에 ‘올인’이다.
인터뷰에 응해준 최현우에게 보답으로 나의 마술을 보여주기로 했다. 손에 동전 한 개를 올려놓은 뒤 움켜쥐고는 짧은 주문을 외우며 흔들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짠’하고 펴 보였을 때 최현우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내 손바닥 위에는 동전 한 개가 놓여 있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