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국내 토종선발투수가 마지막으로 20승 고지를 밟은 것은 무려 22년 전의 일이다. ‘야생마’ 이상훈(현 LG 코치)이 1995년에 30경기에서 20승5패의 성적을 남겨 이 기록의 마지막 달성자로 남아있다. 이후 정민태(현 한화 코치)가 다시 20승의 금자탑을 쌓았지만 선발 19승과 구원 1승으로 거둔 승리라 이상훈의 선발 20승 기록에 비하면 순도가 떨어진다.
KIA 양현종(29)은 올 시즌 기록을 놓고 봤을 때 이상훈의 기록에 가장 근접한 투수다. 그는 9일 광주 넥센전 승리로 22경기에서 16승3패를 기록해 20승 고지에 단 4승만을 남겨 놓았다. 공교롭게도 22년 전 국내 프로야구 좌완 에이스였던 대선배의 기록을 현 좌완 에이스가 다시 도전하는 모습이다. 아직 선발등판 횟수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그의 대기록 달성여부는 팬들에게 최대관심사다.
정작 본인은 대기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평소 유독 승리보다는 팀의 승리를 중요시했던 양현종이기에 속마음이 궁금했는데 20승과 관련해 의외로 욕심 있는 모습을 내비쳤다. 마지막 토종선발 20승 투수가 이상훈 코치라는 얘기를 건네자 양현종은 “정말인가?”라며 놀라워했다. 대기록에 대선배의 이름이 연이어 나오니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20승이란 운이 따라줘야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정말 어려운 고지지만 감히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요새 우리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내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이겠다”고 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