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재학-kt 고영표(오른쪽). 스포츠동아DB
사이드암 투수들이 체인지업에 웃고 울고 있다. 옆구리 투수들의 약점은 좌타자와의 승부다. 변칙투구폼이란 강점이 있지만 투구폼 특성상 우타자보다는 좌타자에게 구종 노출이 빨리 되고, 투구가 대각선 방향으로 날아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트 중심에 맞을 가능성이 크다. 사이드암 투수들은 좌타자를 이겨내기 위해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실제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 떨어지는 변화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체인지업이 애증의 구종이다. 말을 듣지 않는 날이면 난타를 당하기 일쑤다.
● 이재학-고영표 일으켜 세운 체인지업
사이드암 투수에게 체인지업은 강력한 무기다. NC 이재학은 직구와 체인지업 단, 두 구종만으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특히 체인지업은 직구처럼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에서 뚝 떨어지면서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한다. 그의 체인지업을 상대했던 타자들은 “눈앞에서 공이 사라진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빼어났다.
올 시즌 kt 고영표, KIA 임기영을 선발투수로 성장시킨 것도 체인지업이다. 특히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언더핸드 투수인 SK 박종훈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는 “올해 (고)영표 체인지업이 정말 좋아졌다. 어떻게 던지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할 정도다.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고영표는 10일까지 21경기에 등판해 총 1875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체인지업이 597개였다. 구사비율이 31.8%에 달한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 구사비율이 62.6%에 이른다. 아직까지 우타자(0.258)보다 좌타자(0.332) 피안타율이 더 높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떨어지는 공을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다.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이재학-임기영 울린 체인지업
이처럼 사이드암 투수에게 체인지업은 효자구종이지만 떨어지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긴다. 체인지업의 낙차나 공의 무브먼트가 줄어들면 타자 입장에서는 치기 좋은 ‘오프스피드(Off-speed)’ 직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재학은 시즌 초반 체인지업이 흔들리면서 난타를 당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임기영 역시 체인지업에 발목을 잡혔다. 그는 폐렴으로 입원하기 전까지 12경기에서 7승2패, 방어율 1.82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복귀 후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서 3패, 방어율 10.00으로 고개를 숙였다. 8일 광주 넥센전 이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이전까지 헛스윙을 유도했던 구종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난타를 당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즉 체인지업이 다시 살아나야만 위력적인 임기영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