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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준호 “부코페의 성장, 아이가 커가는 느낌”

입력 | 2017-08-11 06:57:00

KBS 2TV ‘개그콘서트’ 복귀를 준비하는 김준호는 선배로서 부진을 끊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늦어도 11월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후배들을 신뢰했다. 25일 개막하는 제5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으로서도 참여하는 후배들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개그맨 김준호(42)는 1년 중 8월이 가장 바쁜 달이다. 본업인 방송 활동은 물론 제5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부코페) 집행위원장으로서의 소임으로 하루가 24시간으로 부족하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8월25일 개막해 9월3일까지 열리는 부코페 기간에는 부산에 머물러야 해 정신이 없지만 5년째를 맞으면서 즐기게 됐다.

지난 4년 동안 “산전수전 겪어” 축제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중압감이 줄었다. 자녀가 없어 “아이를 키우는 느낌을 주는” 부코페가 홀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김준호는 “스무 살(20회) 되면 알아서 잘 크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김준호에게 ‘고향’ 같은 KBS 2TV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는 날을 기다린다.

● “‘부코페’ 1회 끝나고 망했다고 생각했다”

김준호는 2013년 제1회 부코페를 열며 아시아 최초 코미디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최초’라는 상징성보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영역의 ‘처음’이라는 데에 어려움이 컸다.

그는 “1회 때 계획대로 공연이 진행되지 않아 ‘망했다’고 생각했다. 2회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벌써 5회”라며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선후배, 동료 등 주위 응원이 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개인사업을 하며 실패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제가 망해봐서 안다. 하하! 처음부터 5회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각오했다. 사업도 3년째가 가장 힘든데, 이 순간을 잘 넘기면 자리를 잡는다. 실제로 2회까지 제 사비를 ‘재능기부’했는데 3회부터 부산시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있다.”

김준호와 약 100여명의 코미디언이 코미디를 향한 열정을 하나로 똘똘 뭉친 힘이다. 부산시민들이 김준호에게 행사일정을 먼저 묻는 등 부코페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공연장도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장으로 유명한 영화의 전당 인근으로 집중됐다.

“부코페의 최종 모습에서 조직구성과 시민들 반응은 현재 70% 채워졌다. 콘텐츠는 아직 50%정도여서 다양하게 개발해나가야 한다. 1회 때 기획했다 실행하지 못한 코미디영화 등 영상 분야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15회 때면 어느 정도 구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개콘’ 무대의 그리움은 항상 있다”

이렇게 김준호가 부코페에 애정을 쏟는 이유 중에는 후배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마련해주고 싶어서다. 그 자신도 무대의 소중함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준호도 ‘필드’로 복귀한다. 지난해 11월 ‘개그콘서트’(개콘)의 ‘진지록’ 코너 이후 잠시 떠나있었던 그가 후배 홍인규 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아이템 구성에 한창이다.

“어렸을 때부터 까분 놈이 까불지 않고 살 수 있나. 하하! 관객의 웃는 모습을 무대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굉장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희열이다. 복귀 후 1~2개월은 적응하느라 애 먹을 텐데 빨리 감을 찾겠다.”

하루라도 빨리 관객과 호흡하고 싶은 김준호다. 하지만 베테랑이라고 해서 ‘개콘’ 제작진이 ‘특혜’를 주지 않는다.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준의 첫 번째는 ‘재미’이기에 무조건 ‘통과’는 없다. 김준호는 “한번 ‘까였다’”고 털어놓으며 민망한 웃음을 짓는다.

“예나 지금이나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후배들에게 어찌나 민망하던지. 하하! 후배들은 ‘아이템 검사’라고 하는데, 저는 그 표현을 싫어한다. 조만간 다시 ‘개그 프레젠테이션’하러 가야 한다.”

● “11월에는 ‘개콘’ 시청률 10% 넘을 것”

김준호는 전투태세로 ‘개콘’에 나설 것임을 다짐했다. 2000년대 ‘개콘’의 전성기를 “영광스럽게” 누렸던 그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당시처럼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지금의 ‘개콘’ 열정이 식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옛날보다 선후배가 교류할 기회가 줄어 서로 간의 소통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살아있는’ 감성을 코미디에 활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제 경험상 과정이 재밌어야 완성품도 재밌다. 회의도 장난치는 등 편안한 분위기일 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김)대희 형이 후배들과 자주 회식하며 대화를 많이 하려고 자리를 만들고 있다.”

아이템 구성할 때 선배와 후배가 짝을 이루는 ‘멘토-멘티’ 제도는 ‘맨투맨’ 방식으로 바꾸고 연기에 대한 조언으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는 “후배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거름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개콘’을 향한 김준호의 애정은 각별하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된 시작점이 된 것은 물론, 1999년부터 18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오랜 정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부진이 힘겹지만 반등을 확신한다. 그 시기는 “11월”로 짚었다.

“‘개콘’ 작가실의 불이 다시 밤늦게까지 켜지기 시작했다. 18년의 경험으로 ‘점’을 보자면 11월에는 10%를 넘지 않을까. 이때쯤이면 코너, 스타, 유행어, 캐릭터 중에 분명 하나가 터질 것이다.”

그리고 김준호는 “시청률로 프로그램의 존폐가 결정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개콘’만큼은 최대한 지키겠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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