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578명 삶의 질 조사… 취업난에 몸-마음-생활까지 피폐
극심한 실업난이 청년들의 몸과 마음은 물론이고 생활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상당수 청년들이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과 청년희망재단이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인적자원개발학)팀에 의뢰해 만 19∼34세 청년 15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삶의 질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사회초년생의 73.2%는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건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49.7%는 아픈 곳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고 있었다. 극단적인 분노를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49.0%)은 절반에 육박했다. 3명 중 1명(36.0%)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직 취업하지 못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은 결혼할 의사가 전혀 없고 혼밥과 혼술을 즐긴다고 답했다. 극단적인 분노를 느끼거나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는 대학생도 40%에 육박했다.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100점 만점)는 53점에 불과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 역시 62점으로 비관적 전망이 팽배했다.
취업준비생이 원하는 일자리는 공공기관(37.9%), 공무원(23.2%), 중소기업(17.9%), 대기업(15.1%) 순이었다. 다만 응답자의 80%가 “연봉과 복리후생이 적정 수준 이상이라면 중소기업도 가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희망 평균 연봉은 3005만 원으로 국내 중소기업 신입사원 평균 초봉(약 2500만 원)보다 500만 원 이상 많았다.
이 교수는 “청년 문제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금융, 주거, 복지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어느 한 부처가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