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재원 논란]전문가 10명 ‘지속가능성’ 진단
○ 건보료 인상, 지난 10년 수준으로 유지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건보료율이 8%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과거 5년간 평균 인상률(1.1%)을 유지하면 건보료율이 상한에 도달하는 건 2042년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건보료율을 매년 3.2%씩 올린다면 당장 9년 후인 2026년에 상한을 돌파하게 된다. 건보료율의 ‘한계’가 무려 16년이나 앞당겨지는 셈이다.
○ 2023년 이후 건보 재정 추계는 무의미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재원 마련 대책을 꼼꼼히 검토했고,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재정 건전성과 건보 지출 추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은 ‘그해 걷어서 이듬해 쓰는’ 단기보험이어서 2023년 이후 추계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과거 건보 재정의 고갈을 예측한 연구 결과들이 모두 틀렸다는 점이 그 근거다.
○ 노인 의료비 증가가 메르스 탓?
정부는 노인 의료비가 예전처럼 빠르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전체적인 건보 지출도 크게 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60, 70대 자녀가 80, 90대 부모의 의료비를 내주지 못하는 이른바 ‘노노(老老) 케어의 저주’가 실현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노인 의료비는 2003∼2007년 연평균 20.2%로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2011∼2016년 연평균 증가율이 9.3%에 그치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급증한 노인 의료비를 의도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눈속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노인 의료비는 25조187억 원으로 전년(21조9210억 원)보다 14.1% 늘었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탓에 진료를 받지 않던 노인 환자들이 지난해 대거 병·의원에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의료비가 늘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인 인구의 급증이 본격적인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65년 한국이 고령화로 추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연평균 5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의료비뿐만 아니라 복지 수요도 급격히 늘기 때문이다. 김영봉 세종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1%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현 건강보험 정책에 가장 비판적인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지속가능성을 두고 토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