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11년만에 황우석 사태 사과 “구국의 심정… 일할 기회 달라” 靑 “노무현 정부 과기본부 신설 주역”
박기영 앞에서 피켓 시위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이 10일 정책간담회가 열린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 앞을 서둘러 지나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청와대는 10일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의 자질 논란에 대해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도 “황우석 사태 당시 과도 있지만 공도 있다”며 선임 배경을 적극 해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당시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이었고 무거운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다”며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부총리와 과학기술본부 신설의 주역이고, 당시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 경쟁력이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공도 있다”며 과학기술계의 이해를 구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선 “박 본부장 문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오후 과학기술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2004년 사이언스에 논문 공저자로 올라갔던 일은 당시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황우석 사태’가 불거진 지 11년 만에 사과했다. 박 본부장은 또 “황우석 사태 이후 계속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차마 사죄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며 “일할 기회를 주면 과학자의 노력이 지식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구국의 심정으로 최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경쟁력을 분석하여 책으로 발간했다”고도 했다. 올해 발간돼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사를 쓴 4차 산업혁명 관련 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임명 이후 자신의 거취를 공식적으로 처음 밝혔지만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본부장의 사과에도 정치권과 과학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은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서명을 시작했으며,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는 박 본부장 임명에 반대하는 참여자가 이날 오후 185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