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살인방조→ 살인죄’ 공소장 변경
이날 인천지법 413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는 범행에 앞서 박 양이 김 양과 변장 방법과 주변 폐쇄회로(CC)TV 확인 요령, 혈흔 제거 등 시신 처리 계획 등을 여러 차례 상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이 A 양(8)을 유괴·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던 전 과정에 걸쳐 사실상 긴밀히 공모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양은 범행 12시간 전인 3월 29일 오전 1시경 박 양과 통화하며 “이번 주 범행할 계획이고 토요일에 만나 (네가 좋아하는) 손가락과 장기 일부를 건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박 양은 김 양에게 “범행 현장 주변의 CCTV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조언하며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변장하고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박 양은 그동안 김 양과의 이 같은 대화에 대해 “역할극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공모 혐의를 줄곧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면 박 양은 범행을 마친 김 양을 만나 시신 일부가 담긴 검은 봉투를 건네받은 뒤 “확인했어. 손가락이 예쁘더라”라고 말했다. 김 양이 “(손가락) 크기가 충분하냐”고 묻자 박 양은 “충분하다. 잘했다”고 답했다.
또 박 양이 “경찰이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귀가하던 김 양에게 “검은 봉투를 받는 장면이 지하철역 CCTV에 찍혔으니 쿠키 선물을 받은 것으로 입을 맞추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이날 공개됐다.
이날 박 양은 연녹색 수의 차림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줄곧 구부정한 자세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검찰이 김 양과의 살인 공모 혐의가 담긴 공소장을 낭독하는 내내 박 양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김 양은 박 양 재판 후 곧바로 이어진 공판에서 “검찰 공소 내용을 모두 인정한다”며 “다만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박 양의 살인 혐의를 인정할 경우 주범인 김 양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재판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1998년 12월생인 박 양은 만 19세가 돼 미성년자 감경 기준(만 19세 미만)을 적용받지 않고 성인과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박 양보다 한 살 어린 김 양은 내년까지 미성년자이고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어 추가 감형의 소지도 있다. 검찰은 29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 김 양과 박 양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