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직후 혹은 6·25전쟁 전후를 기록한 빛바랜 흑백사진에선 하얀 분말을 뒤집어쓴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벼룩 등 해충을 박멸하는 DDT의 획기적 위력을 발견한 사람은 스위스 화학자 파울 뮐러였다. 그는 공공건강에 기여한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DDT는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 퇴치와 농작물 생산량 증가에 한 획을 그은 살충제로 각광받았으나 30여 년 만에 내리막길을 걷는다. 1962년 작가 레이철 카슨(1907∼1964)이 출간한 ‘침묵의 봄’이 계기였다. 그가 DDT 남용이 가져온 생태계 파괴 문제를 제기한 뒤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DDT 퇴출은 1970년대 들어 시작됐고 한국은 1979년 금지했다.
▷요즘 유럽 전역이 ‘살충제 달걀’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다량 검출된 달걀이 발견된 데 이어 루마니아 덴마크 등 10여 개 수출국에서도 살충제 달걀이 발견됐다. 피프로닐은 이, 벼룩, 진드기를 구제(驅除)할 때 사용하는 독성 물질로 닭 같은 식용 가축에겐 사용이 금지돼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