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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동아/8월 14일]프란치스코 교황, 2014년 한국 땅을 밟다

입력 | 2017-08-14 15:22:00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첫날 미사 강론 내용을 전한 동아일보 2014년 8월 14일자 2면.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의 비극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한국 방문은 더욱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행한 세계 취재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2014년 8월 14일 서울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보름 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방사포(다연장로켓)를 발사한 상황이었다.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역대 세 번째였다. 앞서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방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간적인 울림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는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자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었다.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선출된 건 1280여 년만이었다. 즉위한 뒤 성목요일 세족식에서 미성년 범죄자들의 발을 씻기고 생일에 노숙자들을 초청해 아침식사를 하는 등 사회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관심을 이어왔다.

당시 남북의 대치정국뿐 아니라 그해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한국사회가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터였다. 교황이 서울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맞은 영접단 중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유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였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의 손을 맞잡고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첫날을 비롯해 방한기간 날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공항에서 세월호 유족의 손을 잡은 채 위로의 말을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동아일보DB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등 교황 방한 중 공식행사가 이어졌다.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할 때 남북한의 용서와 화해를 촉구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군 위안군 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이 초청받았다. 그보다 이틀 전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선 장애아동과 꽃동네 가족을 만났다. 사회적 갈등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소외된 이들에 대한 교황의 관심을 확인한 행보였다.

최근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긴장으로 어느 때보다 불안이 고조된 상황이다. 방한 때 교황은 “평화는 불의를 극복한 정의의 결과이며 끝없는 대화로 이뤄야 한다”며 “한국의 평화 추구는 우리 마음의 절실한 대의(大義)다.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의 그 때의 기도가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