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사실 학생, 학부모가 반기고 대학에서 환영하는 입시 정책이 나온 적 없기에 이번 수능 개편안 발표 때도 교육부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헌데 무능한 수준을 넘어 사교육은 환호성을, 학생은 늘어난 변수에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다. 이런 문제를 헤쳐 나가도록 공교육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대학은 뒤틀린 입시제도 속에서 어떻게든 인재를 고르려고 한 번 읽어선 이해되지 않는 전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커졌다. 실상이 이렇다면 이런 교육제도의 허와 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대학마다 “우리에게 자율권을 달라”고 외칠 법한데 누구 하나 나서질 않는다. 차관급 인사 임명에 득달같이 반대 서명을 한 서울대 교수들은 정작 자기 제자 뽑는 일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아무 말이 없다.
서울대가 정부로부터 2015년 받은 재정지원은 3297건에 4765억4785만 원으로 국내 최고라고 한다. 고려대가 2236억 원, 연세대 2725억 원이었고 이화여대도 경희대(885억 원) 중앙대(816억 원)보다 많은 944억 원을 받았다. 학교 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중에는 23억 원과 43억 원을 받은 곳이 있는 걸 보면 주요 대학이 정부를 향해 제 목소리 높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2010년 75.4%였던 대학진학률은 지난해 70% 밑으로 떨어졌다. 2014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더라도 2022년에는 대학 진학자보다 입학정원이 16만 명이나 많다고 예측돼 부실 학교는 문을 닫게 하고 멀쩡한 대학 정원도 줄여야 한다. 자율권을 준다고 멋대로 고액 등록금 받고 고통만 주는 전형을 도입하려는 대학이 있겠나 싶은 이유다.
정부가 온갖 정책 수단으로 숨통을 틀어쥐었지만 한국의 대학은 별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 정도 경제 규모라면 분야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급 등급을 받을 만하지만 그런 대학은 없다. 자율성 대신 재정지원금으로 대학을 통제한 결과다. 입시전형료 사용처는 모두 공개되지만 이마저 내리라는 정부 호통 앞에 대학은 너나없이 입을 다문다.
대학에 필요한 돈이라면 총액만 객관적 평가 단체에 주고 분배하도록 하면 된다. 그래야 정부가 입시 같은 민감한 사안까지 쥐락펴락하며 대학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 일이 사라진다. 대학이 교육부보다 돈이 없지 실력이 모자라겠나.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