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직장인들은 불안하다. 20, 30대는 직장이나 직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40, 50대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퇴직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없어 불안해한다.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자기 계발서를 읽기도 하고 관련 강좌를 찾아 듣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직업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신문 기사를 읽고, 성공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이처럼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세상의 변화, 남들의 성공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바깥세상의 변화를 아는 것만으로 내게 나아지는 것은 없다.
주관적 거울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적어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거울은 내가 잘생겼다, 못생겼다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춰줄 뿐이다. 변화경영 사상가였던 고 구본형 씨의 워크숍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는 자기의 역사를 글로 적어오도록 숙제를 내주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어린 시절 무엇을 좋아했고 싫어했는지, 나는 어떤 걱정을 가진 사람인지, 내가 처한 상황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지문처럼 사람은 자기만의 색깔과 모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커다란 조직의 일원, 상사의 지시를 받는 부하, 어느 부서의 직책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본다. 누구에게 보여줄 일도 없이, 걱정 없이 그저 자기 삶에 거울을 들이대고, 기억에 의존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적어보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적어보도록 하는 것은 자신이 쓴 글 여기저기, 즉 내 삶의 이 모습, 저 모습을 보다 보면 내 삶의 단편들이 연결되면서 나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역사를 적어보는 주관적 거울 외에, 객관적 거울도 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세상에 나와 있는 진단 도구들을 활용하여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해 보려는 시도이다. 시중에는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단 도구가 나와 있다. 지난달 나는 40대를 마무리하며 제3의 기관에 의뢰하여 나를 잘 아는 직장 동료, 친구, 가족 12명에게 나에 대한 진단을 부탁했다. 이 작업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는지,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장점이나 개선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마흔을 시작할 즈음에는 ‘내 마음 보고서’라는 진단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수백 가지 질문에 답하면 나를 분석한 책 한 권이 배달되는 서비스였다. 그 책은 지금도 가끔 들여다보면서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곤 한다.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권의 책이나 자료를 읽어보고, 때로는 강연도 듣는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도구와 혼자만의 글쓰기, 그리고 돌아보기 위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