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보근 기자 paranwon@donga.com
원지수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뒤늦게 고백하자면, 새벽 두 시까지 잔인하게 이어지던 그 프로그램의 최종회를 보다가 나는 조금 울컥했다. 내가 응원하던 연습생이 탈락해서가 아니라, 그 시각까지 연습생 한 명 한 명의 치열함에 목이 터져라 장외 응원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저렇게나 많은 연습생 사이에서 노력한다고 뭐가 되겠냐’던 초반의 회의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회를 거듭해가며 소년들의 간절함에 감정을 이입한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노력의 ‘가성비’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 모습이 그토록 인상적이었던 것은, 요즘처럼 노력이라는 가치가 홀대받는 때가 없기 때문이다. 노력해 봤자 노력한 만큼 이루기 힘든 사회에서,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프레임은 역설적으로 죽어라 노력하는 사람들의 치열함을 빛바래게 했다. 노력이 노오력의 공격을 받는 동안, 꿈이라는 단어는 낯간지러운 낡은 말이 되었고, 누군가의 치열한 오늘엔 응원 대신에 이런 핀잔이 따라붙었다. “뭘 그렇게까지 빡세게 하냐, 그래 봤자 너만 힘들지.” “너무 그렇게 팍팍하게 살지 마라. 어차피 다 이루지도 못할 거.”
많은 경우에 노력은 보상받지 못한다. 이건 팩트다. 그러나 ‘그러니까’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훈계와 ‘그럼에도’ 누군가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노력은 다르다. 후자의 치열함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인생엔 그렇지 않은 삶에 비해 더 많은 좌절의 폭풍우가 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그런 궂은날을 선택해가며 사는 데에는, 좌절의 두려움을 넘어서는 크기의 간절함이 있다. 투자한 노력의 대부분을 돌려받지는 못할지언정, 타는 듯한 현재의 갈증을 풀기 위한 방법을 찾고, 찔러보는 시도라도 해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치열하게 소진한 그 에너지가, 다시 오늘을 내일로 밀어주는 가장 센 삶의 동력이 된다.
현재의 상태를 원하는 다른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엔 당연히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언제가 될지 모를 변화의 순간을 위해 소중한 오늘을 쪼개 공부를 하고, 아직은 말도 안 되는 계획과 씨름하느라 밤을 늘이는 일들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가끔씩 의지와는 다른 버거움이 훅 찾아들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치열한 그대, 꺾이지 말기를. 외롭지만, 이따금 핀잔을 듣겠지만, 언젠가 치열함이 ‘치이열함’이 되는 날이 올지라도, 본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양보하지 않기를.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꿈을 현실로 분갈이 중인 당신의 치열함을, 나는 치열하게 응원한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단지 간절함만으로 이룰 수 없을 테니.
원지수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