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언론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징용공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용기 있는 자세”를 요구한 것에 대해 “미래지향을 말하면서 과거사로 회귀하려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자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골포스트가 움직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위안부 합의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최근 긴박해지는 북한 정세에 대해 한일간 공동 대응이 필요한 만큼 양국간 대립 격화는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 대통령이 역사 문제와 그밖의 문제를 구분하는 노선을 유지했지만 그 저류에서는 불씨가 확대되고 있다”며 “역사와 안전보장의 ‘투 트랙’ 노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대일 비판은 자제했다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중국에 대해선 대일 비판의 강도를 높이지 않고 예년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반면 ‘중국은 억제 기미’라는 제하에 중국의 주요 언론 보도에서 일본의 침략역사 등을 비판하는 기사는 눈에 띄지 않았으며 일본을 비판하는 수위도 낮았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위안부 문제 되돌리기는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간 합의를 한 뒤 다른 요구를 끄집어내는 한국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신문은 한국의 대법원이 2012년 징용공 소송에서 청구권협정 효력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을 때도 한국 정부는 ‘이미 해결된 일’이란 입장을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신중함 결여된 ’징용공 언급‘ 제하의 사설에서 “징용공 문제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청구권협정에 대한 검증을 통해 ’해결됐음‘을 재확인했으며 문 대통령은 당시 이 문제를 담당하는 수석비서관이었다”고 밝혔다. 사설은 또 “청구권협정 당시는 군사정권이어서 징용 피해자 본인들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세월이 바뀌었다고 국가간 합의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역사문제는 한일 모두 국민감정을 자극하기 쉬우니 양국 지도자들이 신중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