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항, 그중에서도 국내선들은 연발이나 연착이 심하기로 악명이 높다. 지연된 출발 시간을 명확하게 알려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별다른 공지도 없이 출발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면 탑승객들은 대개 게이트 근처에서 마냥 기다리게 된다. 카운터에 나와 있는 직원의 안내 발표를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비행기 출발이 심하게 지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뉴욕 JFK공항의 경우 평균 지연 시간이 70분으로 인천공항(35분)의 배에 달한다. 과도한 지연으로 비행기 출발이 식사 시간대를 넘기면 항공사에서 승객들에게 간단한 스낵을 제공하곤 하는데 그 구성이나 맛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탑승 게이트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승객들을 위한 음식 배달 서비스가 최근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볼티모어공항 및 워싱턴DC공항에서 7월부터 시험 서비스 중인 ‘에어셰르파(Air Sherpa)’ 앱과 샌디에이고공항에서 조만간 서비스될 예정인 ‘앳유어게이트(At Your Gate)’ 앱이 대표적 예다.
마케팅의 시작은 ‘세분화(Segmentation)’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틈새시장은 바로 그렇게 쪼개서 들어가며 만들어진다. 음식 배달같이 포화 상태라고 생각하는 시장에서도 공항 탑승 게이트처럼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탑승 게이트까지의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한국에서 똑같은 형태로 적용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연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항공사의 공지 서비스도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공항이 아니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사각지대는 어느 업종에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각지대를 포착하고 신사업이나 제품, 새로운 프로그램 아이디어로 연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parkjaeh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