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전북 입단… UAE 거쳐 올해 중국으로
국내 축구팬에게 권경원은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그는 2013년 전북에서 프로 데뷔를 했고, 알아흘리(아랍에미리트)를 거쳐 올 시즌 취안젠으로 이적했다. 그런데 취안젠이 그를 영입하면서 알아흘리에 건넨 이적료가 1100만 달러(약 126억 원)나 된다.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돈이다. 손흥민(25)이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잉글랜드)으로 옮길 때 이적료가 2200만 파운드(약 324억 원)였다. 취안젠 구단이 권경원의 가치를 그만큼 높이 봤다는 얘기다. 권경원은 취안젠에서 연봉 300만 달러(약 34억 원)를 받는다. 알아흘리 소속이던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베스트11에 뽑힌 그는 외국인 선수들의 주전 경쟁이 유독 치열한 슈퍼리그에서도 주전 센터백을 꿰찼다. 신 감독이 선발한 5명의 중국파 중 올 시즌 리그 출전 시간이 가장 긴 선수가 권경원이다.
“외박을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고 훈련하던 선수다.” 그를 가르쳤던 최강희 전북 감독(58)은 “굉장히 성실하고 집념이 강했다. 188cm의 큰 키에 체격도 좋아 수비수로 성공할 자질을 갖췄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는데 붙잡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2015시즌을 앞둔 전북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알아흘리와 연습경기를 할 때 권경원을 눈여겨본 알아흘리 구단이 거절하기 힘들 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이적료 300만 달러, 연봉 100만 달러(약 11억4000만 원)였다. 최 감독은 권경원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최 감독에게 “(권경원이) 국가대표 맞죠?” 하고 물은 알아흘리 직원이 있었다. 최 감독이 “아니다”라고 하자 그 직원은 의아해했다고 한다.
권경원은 취안젠에서 중앙 수비를 맡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겨도 무리가 없는 멀티 플레이어다. 신 감독도 그를 일단 미드필더로 분류했다. 공중볼 다툼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크고 탄탄한 체격을 가져 ‘바위섬’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넓은 시야와 악바리 근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국내 팬에게는 낯선 권경원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예선 9차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