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는 소식을 보도한 동아일보 2009년 8월 18일자 25면.
‘9초58.’
2009년 8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100m 결승전 기록이다. 아직껏 깨지지 않은 세계신기록이기도 하다. 그 주인공은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 이날 기록은 볼트가 통산 세 번째로 세운 100m 세계신기록이었다.
200m 레이스가 주력이었던 그는 2007년 7월 처음으로 100m 공식 경기에 나섰다. 1년도 채 안 된 이듬해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 리복 그랑프리 100m 경기에서 볼트는 9.72로 골인했다. 그 전해 동료 아사파 포웰이 세운 세계기록(9초74)을 깬 것이다.
우사인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 동아일보DB
볼트의 기록 행진은 계속됐다. 3개월 뒤 베이징올림픽에서 100m를 9초69에 주파하면서 새로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200m와 400m 계주까지 세계신기록을 갈아 치웠다(400m 계주는 동료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발각돼 금메달을 박탈당한다). 1년 뒤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자신의 기록이자 세계기록을 다시 경신하면서 100m와 200m(19초 19)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볼트의 기록에 대한 다양한 분석 중에서도 특출 난 신체조건이 주목받는다. 육상 단거리선수들은 대개 175~185㎝ 정도인데 볼트는 196㎝의 장신이어서다. 큰 키인 만큼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보폭의 속도도 높여야 했다. 볼트는 이상적인 자세를 찾는 데 힘을 기울였다.
자메이카의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는 3회에 걸쳐 100m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동아일보DB
“장신 선수들은 걸음과 걸음 사이 체공시간이 긴데 볼트는 오히려 신장이 작은 선수보다도 짧다. 보통 스트린터들이 100m를 완주하는 데는 44보에서 46보가 걸린다. 볼트는 41.5보에 간다. 발을 빨리 움직이기 위해 팔 젓기도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한다.”(동아일보 2009년 8월18일자)
볼트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한 기록의 역사를 써나갔다. 그의 이름처럼 트랙에서의 번개 같은 속도와 유쾌한 번개 세리머니는 그를 주목한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였던 올해 런던 세계육상선수권에선 초라했다. 100m는 동메달에 그쳤고 400m 계주 결승에서는 달리던 도중 허벅지 부상으로 쓰러져 레이스를 마치지도 못했다. 그는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도 마지막 경기는 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은퇴 무대는 아쉬움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