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부동산시장 향해 추가조치 경고… 보유세 강화 우선순위로 거론돼 “산타클로스 복지정책 아니다” 재원 논란 일축속 증세 여지 둬
“질문 있습니다” 곳곳서 손 번쩍… 내외신 217명과 영빈관 회견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동시에 손을 들고 있다. 이날 회견은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정하지 않은 즉석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증세나 부동산 대책 모두 파급력이 큰 정책들이라 통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거론하기가 쉽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고소득층 증세 등 100일 동안 계속된 현 정부의 경제 개혁 조치에 대한 자신감이 문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까지 이어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 “국민 공론 모으면 추가 증세 가능”
이미 정부는 대기업 및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방침을 내놨다. 2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서 소득세 과세표준 5억 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최고세율(40%→42%)을 올리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추가 증세를 할 경우 근로소득자의 46.8%에 이르는 면세자 810만 명에 대한 ‘얕고 넓은’ 증세 실현이 과제로 떠오른다. 하반기(7∼12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인 경유세 인상안을 비롯해 상속·증여세 개편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증세를 통한 세수(稅收) 확대만이 재원 확보 방안이 아니다. 기존 지출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당초 내년 예산안의 9조4000억 원 절감을 주문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보다 2조 원가량 많은 11조 원의 예산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이 나오면 정부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산 구조조정이 강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주머니 속 부동산 대책은
문 대통령의 ‘주머니 속 대책’으로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주택 보유세 인상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아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보유세를 올린다면 종부세 강화를 먼저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명박 정부 때 종부세 과세 기준이 기준시가 6억 원 이상에서 9억 원 이상으로 완화됐다. 8·2대책에서 부활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의 확대도 추가로 나올 카드로 꼽힌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지역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 즉시 추가 지정에 나설 방침이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도 정부가 준비 중인 대책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 건축비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한 뒤 그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건축 등 민간택지에 대한 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