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농가 71% 검사… 18일 최종결과 발표
○ 67곳 살충제 검출, 32곳 부적합 판정
다만 피프로닐보다는 독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평생 매일 먹어도 안전한 최대 섭취량을 뜻하는 ‘일일 허용 섭취량’까지 도달하려면 에톡사졸은 체중 60kg 성인의 경우 오염된 계란을 매일 4000개씩 먹어야 한다. 또 플루페녹수론도 매일 1321개까지는 별문제가 없다.
비펜트린이 기준치 미만으로 검출된 친환경 농가 35곳의 계란은 친환경 인증 표시를 떼고 일반 계란으로 유통할 수 있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정책실장은 “현행법상 기준치 이하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은 일반 계란으로 유통할 수 있다”며 “이들 농가의 경우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지물질이 나왔거나 비펜트린이 기준치 이상 나온 32곳을 제외한 844개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은 일부 이미 유통되고 있으며 나머지도 단계적으로 정상 유통될 예정이다. 이들 물량이 모두 풀리면 전체 계란 유통량은 평시의 86.4%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 부실 조사, 발표 혼선…정부 대응에 불신 커져
경기 포천시와 양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양계 농가에 “곧 방문할 테니 미리 계란을 준비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 검사는 원래 무작위로 하게 돼 있지만 조사원들은 농장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계란만 받아 갔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표본에 문제가 있어 121곳을 재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8일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계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지자체에 살충제를 보급하고 이 약품이 다시 친환경 농가에도 무차별 공급된 사실도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올해 초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13개 시도에 총 3억 원을 방제약품 구입 비용으로 지원했다. 예산을 지원받은 지자체는 친환경 농가와 일반 농가 구분 없이 살충제를 보급했다. 친환경 농가는 모든 종류의 화학 살충제를 쓸 수 없는데도 약품을 받아 축사 등에 뿌렸다. 16일 비펜트린이 검출된 전남 나주시와 피프로닐이 나온 경기 남양주시는 비펜트린이 주성분인 ‘와구프리 블루’를 보급했다. 이들 사례가 문제가 되자 농식품부는 뒤늦게 “친환경 인증 농가에 살충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살충제 농장에 대한 정부 발표는 이날 하루 종일 오락가락했다. 오전에는 금지물질이 사용되거나 독성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농가가 29곳으로 발표됐지만 이내 31곳, 다시 32곳으로 수정됐다. 이 중 10곳은 문제가 없는 농장인데도 ‘살충제 농장’에 잘못 포함됐다가 오후에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다. 몇 시간 동안 엉뚱한 농장 이름이 문제의 농장으로 표기돼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다.
발표 과정에서도 행정 편의주의는 나타났다. 문제 농가의 난각(계란 표면) 표시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농식품부는 “식약처 소관”이라며 미뤘다. 하지만 식약처는 “문제 농가를 일일이 찾아가 계란 사진을 찍은 뒤에야 공개하겠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 집에서도 살충제 계란 확인 가능
정부는 국민 편의를 위해 계란의 난각 정보만 입력하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의 계란인지 알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www.ekape.or.kr)에서 팝업창을 눌러 ‘등급계란정보 조회하기’에 접속한 뒤 계란 표면에 적힌 이력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식약처 홈페이지에서는 ‘살충제 검출 계란 회수 대상 정보’에서 32개 농가 정보와 난각 표시를 볼 수 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이건혁 /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