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헌신 마리아네-마르가리타 간호사… 노벨평화상 추천위 9월 구성
지난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마리아네 스퇴거 간호사(왼쪽)와 마르가리타 피사레크 간호사가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제작팀을 만나 미소 짓고 있다.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 제공
소록도 주민 황모 씨(69)는 “48년 전 너무 아파서 죽을 위기에 놓였는데 두 분이 숟가락으로 음식을 억지로 떠먹여 20일 만에 목숨을 건졌다”며 “나에겐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두 간호사가 배설물은 물론이고 진물이 나는 상처를 맨손으로 치료하던 모습이 생생한 황 씨는 “두 간호사는 인간 사랑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소록도에 있던 수많은 한센병 환자가 두 간호사 덕분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씻었다. 마리아네 간호사와 마르가리타 간호사는 그렇게 ‘소록도 할매 천사’가 됐다.
대한민국이 두 천사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두 간호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17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은 소록도성당 김연준 신부는 “다음 달에 두 분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위원장에는 김황식 전 총리가 내정됐다. 명예위원장에는 김정숙 여사를 추대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총리도 김 여사를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하자는 민간의 의견을 청와대에 공식 건의했다. 김 신부는 “청와대에서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두 간호사는 2005년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섬을 떠났다.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직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마리아네 간호사는 “우리 집, 우리 병원 다 생각나요. 하지만 괜찮아요. 마음은 소록도에 두고 왔으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두 간호사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아네 간호사는 한국을 떠날 때 앓고 있던 대장암이 완치돼 지금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요양원에 있는 마르가리타 간호사는 가벼운 치매 증상을 보이지만 소록도에서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김 신부와 박병종 고흥군수는 6월 오스트리아를 찾아 두 간호사를 만났다. 일행은 두 간호사의 소록도 삶이 담긴 사진첩과 건강식품, 태극기와 함께 한센병 환자, 간호사, 고흥군 직원이 쓴 편지 100여 통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마리아네 간호사는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다. 소록도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나에겐 크나큰 행복이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두 분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말하자 마리아네 간호사는 “결코 큰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양했다고 한다.
이들은 평생 소록도에서 봉사했지만 월급을 받지 않았다. 현재 유일한 생활비는 오스트리아 기초연금밖에 없다. 2015년 고흥군이 재단을 설립해 매달 1004달러를 지원하고 있는데 처음에 두 간호사가 한사코 거부해 힘들게 지원을 받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간호사는 고흥군이 추진한 특별귀화를 고사했다. 김 신부는 “두 분은 수녀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수녀가 아니라 간호사”라며 “이번 기회에 두 분께 간호사라는 진짜 이름도 돌려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