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주부들 ‘계란 열공 모드’ 품질 평가-판정받은 ‘등급란’엔 집하장-등급 판정일자 등 기록 ‘일반란’엔 생산지역-생산자만 표기 정보 코드 없는 계란도 일부 유통
18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들고 표기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8일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키우는 손모 씨(40·여)의 목소리에선 불안함이 묻어났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가 49곳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계란 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난각 코드가 제각각인 데다 아무런 코드가 없는 계란도 적잖아 소비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주부 장모 씨(47)는 “우리 집 계란에는 한 줄로 숫자 5개만 달랑 적혀 있는데 뭐가 다른 건지, 뭐가 잘못됐는지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일주일 전 구입한 계란이 살충제로부터 안전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계란 겉면을 확인했는데, 언론에서 봤던 표시보다 숫자들이 적었다는 얘기다. 그는 “인터넷으로 계란 정보를 조회해 보려고도 했는데 우리 집 계란의 번호는 (인터넷) 입력란에 채워 넣을 숫자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반란은 생산된 지역과 생산자만 표기하면 된다. 앞의 숫자 두 개는 지역 번호를 의미하고, 뒤에 이어지는 숫자 등은 생산자의 ‘이름’이다. 예를 들어 계란 겉면에 ‘08마리’가 표시돼 있다면 ‘마리’라는 생산자가 경기도(08)에서 생산한 계란이라는 뜻이다. 생산자 이름은 한글이나 숫자, 영문 약자 3자리로 만들면 된다.
더 큰 문제는 난각 코드를 아예 안 찍거나 서로 다른 농가가 똑같은 난각 코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농가 49곳 중 1곳은 계란 겉면에 아무런 정보가 표시돼 있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난각 코드는 농장주나 식용란 수집판매업자가 표시를 하는데, 해당 농장이 일부를 신고하지 않고 인근 음식점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난각 코드를 표시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경북 칠곡의 한 농장이 사용했던 ‘14소망’을 경북 경주의 또 다른 농장도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난각 코드가 전국적으로 통일된 체계 없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자 관리하고 농장주 마음대로 이름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또 문제가 된 강원 철원에 위치한 농가는 지역 번호를 ‘09’로 표시했어야 하는데도 ‘08’로 잘못 표시해 출하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전국 농가의 난각 코드 중 겹치는 것들이 있는지 추가로 확인 중이며, 정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