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kt 피어밴드
kt 라이언 피어밴드가 너클볼 그립으로 볼을 던지고 있다. 2015년부터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그는 2년 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너클볼을 연마해 장착하면서 타자들을 잘 요리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피어밴드의 연봉은 30명의 외국인 선수 중 아래에서 6번째인 35만 달러(약 4억 원) 수준. 2015년 넥센에 입단해 지난해 kt로 옮겼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 가장 ‘가성비’ 좋은 외인 선수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새롭게 장착한 무기 너클볼의 힘이 컸다.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한 지난해까지 피어밴드의 주 무기는 직구와 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올 시즌부터 경기당 20% 내외로 너클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피어밴드는 “KBO 리그에서 롱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갈고닦은 너클볼은 위력적이었다. 너클볼 평균 구속이 시속 119km에 이르는 피어밴드의 고속 너클볼은 타자들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일반적으로 너클볼이 시속 100km 안팎인데 그보다 20km가 빠른 데다 너클볼은 볼 회전이 없어 어느 쪽으로 들어올지 방향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재응 SBS 해설위원은 “국내에선 던지는 선수가 거의 없어 타자들이 피어밴드를 상대할 때 2스트라이크 이후 어떤 공을 노려야 할지 등 수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죽하면 김진욱 kt 감독이 16일 LG전을 앞두고 “이제는 우리 팀의 방망이가 좋아졌으니 피어밴드의 승리를 챙겨줘야 한다”라고 말했을까. 실제로 시즌 내내 잠잠하던 kt의 타선은 8월 들어 팀 타율 1위(0.325)로 올라섰다. 하지만 kt는 이날 경기마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피어밴드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못했다. 피어밴드 등판 때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은 평균 3.84점으로 양현종이 등판했을 때 평균 8.83점을 받쳐주는 KIA와 5점가량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피어밴드의 심경은 복잡하다. “승수가 적은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야구는 투타는 물론이고 수비까지 모두 잘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다.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