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8월 20일 치러진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나온 학생들이 게시된 시험 문제지를 보고 있다. 동아일보DB
“새 대입제도에 따라 처음 실시되는 제1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전국 658개 시험장에서 별다른 사고 없이 치러졌다. 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은 대체로 실험평가 때보다 쉬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동아일보 1993년 8월 20일자 1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1991년 4월 발표됐다. ‘1994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국가가 관리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2회 시행하고 각 대학별 본고사는 부활한다’는 내용의 대학입학시험제도 개선안이었다. 1993년 8월 20일 치러진 시험은 예정된 연2회 중 첫 번째 수능이었다. 두 번째 시험은 11월에 치러졌다.
수능 이전의 대입전형 국가고사였던 학력고사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 있던 상황이었다. 한때 17개 과목까지 시험을 봐야 했던 학력고사는 단편적 지식에 대한 암기 위주의 입시교육을 빚은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수능은 교과목 공부를 뛰어넘어 폭넓은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첫 수능은 언어, 수리·탐구, 외국어 등 3가지 영역 총 200점 만점이었다.
수능 2회 실시는 그러나 한해 만에 사라졌다. 둘 중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었지만, 첫 수능의 두 번째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시험을 두 번 치르니 부담만 크다‘는 불만이 빗발쳤다.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현장을 보도한 동아일보 1993년 8월 21일자 1면.
이후 수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97학년도에는 국공립대 대학별고사가 폐지되고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이 축소되면서 수능의 200점 만점 체제를 400점 만점 체제로 바꿨다. 1999학년도에는 수리·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제가 도입됐고 선택과목들 간에 난도 차이로 인한 유불리를 막고자 표준점수 체제를 도입했다.
2001학년도부터는 제2외국어 영역이 선택과목으로 추가됐다. 이듬해에는 수리·탐구영역을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영역으로 분리했다. 2001학년도 시험은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와 ’물수능‘으로 불렸지만, 2002학년도엔 전년에 비해 평균점수가 23.3점이나 떨어진 ’불수능‘이었다. 2005학년도부터는 전 영역 선택형 수능이 도입됐다.
2008학년도에는 일종의 절대평가인 등급제로 수능을 변경했다. 1, 2점 차로 학생들을 경쟁으로 몰아가는 것을 방지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이 역시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 속에 1년 만에 폐지됐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2014년도 수능은 영역 명칭을 언어, 수리, 외국어에서 국어, 수학, 영어로 바꾸고 A·B형 수준별 시험을 도입했다. 그러나 수준별 시험이 오히려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듬해인 2015학년도에는 영어 영역, 2017학년도에는 국어, 수학 영역에서도 폐지됐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동아일보DB
2017학년도 수능에선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됐고 절대평가로 치러졌다. 11월 실시되는 2018학년도 수능에선 영어도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분명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만들어지는 개편안일 텐데, 실제 교육현장에선 수능 절대평가 반대를 외치는 집회부터 어떤 입시전략을 짜야 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움직임까지 혼란이 크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대입 국가시험은 수시로 바뀌고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형국이다. 수능에 대한 신중한 논의와 의견 수렴이 절실한 이유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