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한자는 죽간이나 목간을 끈으로 꿰어놓은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공자는 수레를 타고 가다가 공문서 운반하는 사람을 만나면 수레 위에서 예를 표했다. 나랏일을 중시하는 태도도 태도지만, 죽간이나 목간을 꿴 무거운 책 더미를 지고 가는 사람의 수고를 생각한 것이다. 많은 책을 뜻할 때 책 수레 끄는 소가 땀을 흘리고 쌓으면 대들보에 닿는다는 한우충동(汗牛充棟)이라는 말을 쓰곤 하였다. 이때 책을 죽간과 목간이라 본다면 요즘 기준으로는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
전(典)이라는 한자는 책을 손으로 받치거나 상 위에 올려놓은 모양이다. 책 가운데서도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을 손으로 받치거나 상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읽는다. 예컨대 경전은 삶과 세상의 기본 이치를 담고 있으며 법전은 사회 질서의 기본이 되고, 자전(字典)은 문자 생활의 기본이다. 서(書)라는 한자는 말한다는 왈(曰)과 손으로 잡은 붓을 나타낸 율(聿)이 합쳐졌다. 말하는 것을 붓으로 기록하여 만든 것이 책이다. 대나무로 붓대를 만들었으니 대죽(竹) 머리를 더하여 붓 필(筆)이 되었다.
이처럼 책을 뜻하는 말들에는 책과 독서의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다. 죽간을 꿴 책을 둘둘 말아 두었다가 펼쳐 읽던 먼 옛날과, 클릭하고 터치하며 디지털 전자책을 읽는 오늘날의 차이는 기술 측면에서는 크다. 하지만 인간이 ‘읽는 인간’, 즉 호모 레겐스(Homo Legens)가 되었던 첫 순간부터 읽는다는 것의 본질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