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민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차장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한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저장되는 ‘라이프 로깅’ 시대가 도래했다. 누가 언제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고, 어떤 이와 친교를 맺었으며, 어디서 어떻게 돈을 썼는지를 알아내는 게 어렵지 않다.
이런 디지털 정보는 지우거나 폐기하기 어려울뿐더러 그 편집 권한이 개개인에게 있지도 않다. 또 나 하나만 차단한다 해서 이를 완전히 통제할 수도 없다. 이 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소가 최근 성희롱과 왕따의 온상이 된 단톡방이다.
노르웨이 사회학자 토마스 마티센(84)은 이를 ‘시놉티콘(synopticon)’이라 명명했다. 그리스어로 ‘함께 본다’는 말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정보기술(IT) 발전으로 기존 소수의 감시자와 다수의 피감시자 간 경계가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파악하고 퍼뜨릴 수 있고, 감시하고 감시당할 수 있음을 일컫는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같은 거대 정부기관, 구글 페이스북 같은 대형 정보기술 업체의 개인정보 수집과 분석이 ‘빅브러더’ 형태라면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동료나 자주 만나는 지인들이 내가 별 뜻 없이 한 말을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시놉티콘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정서적 친밀도를 감안하면 후자의 충격은 전자와 비교할 수도 없다.
단톡방 비밀 대화가 여러 문제를 낳자 일부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단톡방을 다시 만들거나 기존 글을 삭제했다는 인증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고 한다. 미국 컴퓨터 보안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54)도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현대인에게 “소셜미디어에서 자신과 전혀 무관한 사람을 검색하라. 가끔 스마트폰을 두고 다녀라.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라”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임시방편이 얼마나 갈까. 싫든 좋든 해답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자기관리인 듯싶다. 한 인간의 행적이 샅샅이 까발려지는 시대일수록 부적절한 말과 글, 편파적 태도, 민감한 영상이 내 목을 죄어 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정민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차장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