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고임금 시름 속 中기술 급성장… 잇단 빨간불 켜지며 판매량 급감
글로벌업체 미래차 경쟁 치열한데 현대-기아차 R&D투자 되레 줄어
한국GM을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 부품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는 인천 남동공단 90번대 블록. 이곳에 위치한 한국GM 자동차 내장재 후(後)가공업체인 J테크는 이달 초 ‘잔업·특근 금지령’을 내렸다. 매달 매출이 20∼30%씩 떨어지자 ‘인건비 절약’에 나선 것이다. J테크는 수주 물량에 맞춰 매달 10∼30여 명씩 하던 비정규직 채용도 이미 5월에 중단했다. 18일 만난 이 회사 직원 B 씨(42)는 “최저임금 수준인 월급이 턱없이 적어졌다. 이후 상황도 불투명하다니 늦기 전에 이직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대·기아차 2차 협력업체 K정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주조나 금형, 표면처리 등을 담당하는 2, 3차 협력업체들에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수출과 일자리 창출의 중추 역할을 해 온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끝나더라도 예전 위상을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게 위기의 핵심이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제조업 생산의 12%(약 190조 원), 제조와 운송 판매를 포함한 고용 인력 35만 명 이상인 자동차산업이 도태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지금은 미국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휴대전화 산업이 급변한 이른바 ‘아이폰 모멘트(moment·시점)’처럼 자동차산업도 전기차로 상징되는 산업 전환기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오히려 4.9% 줄였다.
한국GM 철수설도 뇌관이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규모의 경제를 잃게 되는 부품업체들이 도산하고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정세진 mint4a@donga.com / 인천=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