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살충제-농약 제거하려면
계란에서 허용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 성분이 발견되면서 모든 먹거리에 ‘살충제 포비아(공포)’가 번지고 있다. 살충제는 인간에게 유해한 물질이지만 쓰지 않을 수 없다. 해충을 방치하면 농산물의 생산성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살충제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먹는 게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 과일·채소별 농약 제거법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숯 담근 물이나 식초, 소금물의 세척 효과는 일반 수돗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추 세척 결과 수돗물의 평균 농약 제거율은 83%였는데, 숯 담근 물이나 식초, 소금물의 제거율은 각각 80%, 85%, 83%로 수돗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하지만 농산물별로 씻어 먹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옥선명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일 채소는 물로 잘 씻어주기만 해도 잔류 농약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으나 농산물별 세척법을 알아두면 더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딸기는 잘 무르고 잿빛 곰팡이가 끼는 경우가 많아 곰팡이 방지제를 뿌린다. 씻기 전 물에 1분 정도 담가 곰팡이 방지제 성분을 빼낸 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어 먹어야 한다. 꼭지 부분에 농약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꼭지를 떼어낸 뒤 씻는 게 좋다.
포도 껍질에 하얗게 서린 것은 농약이 아니라 포도 자체의 과분이다. 포도나 블루베리 등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과일들은 병충해 피해가 적어 농약을 많이 치지 않는다. 그래도 농약이 남아 있을 위험성은 있는 만큼 알알이 떼어 씻거나 송이째 물에 1분 동안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헹구면 좋다.
깻잎, 상추는 잔털과 주름이 많아 다른 채소보다 꼼꼼히 씻어야 한다. 세척에 앞서 물에 5분 정도 담갔다가 30초 정도 흐르는 물로 씻어내면 된다.
파는 하단에 농약이 많다고 떼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론 뿌리보다 잎에 농약이 더 많이 남는다. 시든 잎을 떼어내면서 외피 한 장을 벗겨내고 물로 씻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양배추도 겉잎에 농약이 남아 있으므로 겉잎 2, 3장을 떼어낸 뒤 흐르는 물에 잘 씻어야 한다.
오이는 겉이 오돌토돌해 스펀지로 한 번, 굵은 소금으로 다시 한 번 잘 문질러 씻은 뒤 흐르는 물로 닦아내면 좋다. 고추는 끝 부분에 농약이 많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1분 정도 물에 담갔다가 헹구면 농약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
○ 육류·생선 껍질은 먹지 마세요
농약 등 화학물질은 체내 지방질 형태로 쌓이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육류를 먹을 때 지방질은 최대한 적게 먹어야 농약 섭취를 피할 수 있다. 특히 중금속류는 내장이나 지방, 껍질 부위에 주로 쌓인다. 따라서 생선이나 육류는 껍질을 떼고 먹어야 한다. 지방이나 껍질은 성인병에도 좋지 않은 만큼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
최근 과일, 채소 세척제나 세척기 등 농약을 제거하기 위한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고 지방질을 적게 섭취하는 등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옥 교수는 “지나친 세척은 오히려 식품의 영양소를 파괴할 수 있다”며 “벗기기, 씻기, 데치기 등 조리 과정에서 농약 성분을 잘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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