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이취임식, 대통령 첫 참석… “42년 軍생활에 해외관광 한번 못가”
비행기표 건네며 ‘참군인’ 직접 격려
파격 대장인사 이후 ‘군심 달래기’… 친밀감 강조하는 오바마 벤치마킹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전역한 이순진 전 합참의장(사진)의 군 생활을 회고하며 42년간 보여준 국가에 대한 헌신에 경의를 표하자 이 전 의장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 어제까지 군 최고 지휘관이었던 4성 장군은 군 통수권자 앞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합참의장 이·취임식장에 참석해 ‘맨 인 유니폼(MIU·제복 입은 사람들)’에 대한 가치를 부각시키려 했다.
문 대통령은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는 한자를 거론하며 이 전 의장에 대해 “자신에겐 엄격하면서 부하들에게선 늘 ‘순진 형님’으로 불린 부하 사랑의 모습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이 바라는 참군인의 표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안보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서도 우리 국민은 대단히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군이 국방을 잘 관리하고 안보를 튼튼히 받쳐준 덕분”이라고 말하고 “그 중심에는 합참의장 이순진 대장의 노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 전 의장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한 뒤 부인 박경자 여사에게는 꽃다발과 함께 캐나다행 왕복 비행기표를 선물했다. “대통령께서 이 전 의장이 (출장을 제외하곤) 42년간 한 번도 해외여행을 못 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이 있는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특별히 마련해 주셨다”는 사회자의 설명에 행사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 문재인 대통령 “軍이 국방개혁 주체 돼야” ▼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강조하는 ‘오바마 스타일’을 통해 군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과 군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은 2014년 제2작전사령관으로 취임한 뒤 공관 요리병을 소속 부대로 돌려보내고, 부인 박 여사가 직접 식사 준비를 하게 했다. 최근 ‘갑질 논란’을 부른 박찬주 대장과 정반대의 사례인 셈. 여기에 이 전 의장이 첫 3사관학교 출신 합참의장이라는 점은 이번 대장 인사를 통해 육군·육사 중심이었던 군의 개혁에 나선 문 대통령의 의중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강한 군대를 만들라는 국방개혁은 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방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 지휘관과 사병까지 애국심과 사기가 충만한 군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대가 국방개혁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나는 육군 병장 출신의 군 통수권자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군과의 일체감을 강조한 뒤 “우리 역사 속에는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장군처럼 국민과 민족이 사랑한 군인들이 있었다. 우리 군 장병들에게는 그 피와 정신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